미군 최고위급 장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한 후 기념사진을 찍은 것과 관련해 “실수였다. 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발언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형식이었지만,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공개 항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주 대통령의 군 투입 방침에 반기를 들다 경질설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이날 사전 녹음된 미 국방대 졸업식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라고 사과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그곳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그 순간과 그 여건 속에서 나의 참석은 군부가 국내 정치에 관여하는 것 같은 인식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관 제복 장교로서 이날 나의 행동은 실수였다”며 “우리 모두가 이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일 미국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동원해 백악관 라파예트 광장 평화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길이 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건너편 교회로 걸어가 성경책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물론 집권당인 공화당에서까지 ‘정치쇼’ ‘신성모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밀리 합참의장은 위장 전투복을 입고 있어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시위대에 현역 군인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 영상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무분별하고 잔혹한 살인에 분노했다”며 이번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시위 엄단 의지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미 전역에서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 대응을 두고 행정부 내에선 계속해서 파열음이 불거지고 있다. NYT는 “민간과 군대가 베트남전 이후 가장 깊은 분열을 보이고 있다”면서 “군부는 이제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분류돼 온 에스퍼 장관도 지난 3일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고 시위 진압에 군대 동원을 언급한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아울러 미 국방부가 과거 노예제를 옹호하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육군 기지 명칭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아 내부 분열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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