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비아서 세 확장… 발끈한 美 “우리도 파병”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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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군벌 LNA에 전투기 지원
美 “튀니지 주둔부대 이동 검토… 러시아가 리비아 분쟁 부채질”
원유-지정학적 위치탓 긴장 고조

미국이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후 사실상 9년째 내전 상태인 리비아에 이웃 튀니지의 훈련부대를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가 리비아 동부를 점령한 군벌 리비아 국민군(LNA)에 미그-19 및 수호이(SU)-24 전투기 14대를 지원하며 노골적으로 지원하자 맞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에 따르면 이 부대 스티븐 타운젠드 사령관은 지난달 28일 이메드 하즈기 튀니지 국방장관과 통화하며 “러시아가 리비아 분쟁의 불씨를 계속 부채질해 북아프리카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튀니지와 상호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우리의 안보군보조여단을 활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

안보군보조여단은 소규모 훈련 및 지원부대로 전투가 주 임무는 아니다. 하지만 이 부대가 리비아에 파견되면 러시아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군은 지난달 26일 러시아 전투기가 리비아 중부 알주프라 공군기지에 배치됐다고도 공개했다. 러시아는 카다피 사후 지상전을 치르는 용병부대, 최첨단 전투기를 배치하며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은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탈(脫)중동에 주력해 왔다. 그럼에도 북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이자 지중해와 유럽의 길목에 위치한 리비아의 지정학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어 지상군 파병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겉으로는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 통합정부(GNA)를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고 밝히면서도 물밑에선 유전지대를 대부분 장악한 LNA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LNA를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77)은 한때 카다피의 측근이었지만 후계 구도 등을 놓고 사이가 틀어진 후 상당 기간 미국에서 지내 미국과 교분이 두텁다.

미국은 특히 러시아가 시리아에서처럼 리비아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세우고 이곳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서방국가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의 그레고리 헤드필드 준장은 “러시아가 리비아에 영구적 기반을 마련하고, 장거리 미사일까지 배치한다면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도 리비아의 풍부한 석유를 이유로 호시탐탐 리비아에 개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카다피 사후 GNA는 이슬람 원리주의, LNA는 세속주의를 내세우며 내전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각각 오스만제국 시절과 20세기 초 리비아를 지배했던 터키와 이탈리아는 GNA를 지원했다. 반면 GNA의 보수주의와 터키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사우디, UAE, 이집트, 프랑스는 LNA를 지지하고 있다.

중동 외교소식통은 “원유, 지정학적 중요성을 넘어 향후 지중해 천연가스전 발굴 및 개발과 안정적인 유통 경로 확보 측면에서도 리비아는 포기하기 힘든 나라”라며 “당분간 리비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러시아#리비아#전투기 지원#미군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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