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中꼭두각시…30일 내 개선 없으면 분담금 영구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9일 1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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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를 “중국의 꼭두각시”라고 부르며 중국과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거듭 비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는 “30일 내에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증명하는 WHO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미국의 분담금 집행을 영원히 끊겠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WHO의 부실한 초기 코로나19 대응으로 미국 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며 “WHO는 중국의 꼭두각시이고 좋게 말해도 중국 중심적”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WHO에 연간 4억5000만 달러의 분담금을 집행하는데 중국의 그 10분의 1 수준인 3800만 달러만 내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미국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4억5000만 달러를 4000만 달러로 내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고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분담금을 10분의 1로 줄일 생각임을 밝혔다. 그는 이날 개막한 WHO 최고의결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연설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러브러여수스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4장 분량의 서한도 공개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달 14일 WHO에 대한 분담금 집행을 전격 중단한 이후 진행해온 WHO의 코로나19 대응 과정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조목조목 나열한 뒤 “WHO가 나아갈 유일한 길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30일 내로 주요하고 실질적인 (WHO 개혁의) 진전을 보여주지 않으면 일시 동결돼 있는 미국의 분담금 집행을 영원히 중단하고 미국의 멤버십도 재고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는 이 서한에서 “불과 몇 년 전 다른 사무총장의 지휘 하에서는 WHO가 세계에 얼마나 많은 것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전임자였던 그로 할렘 브룬틀란 사무총장 시절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응과 대놓고 비교하기도 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굴욕적으로 깎아내린 것.

미국은 앞서 세계보건총회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장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코로나19 발병을 숨기려는 명백한 시도에서 최소한 한 회원국이 투명성 의무를 조롱했다”며 “이것이 전 세계에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명백히 중국을 겨냥해 바이러스 은폐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함과 동시에 책임을 따져묻는 발언이었다.

미국은 코로나19의 부실대응 문제를 넘어 홍콩과 대만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아킬레스건까지 건드리며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대만의 WHA 참가 시도가 무산된 것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WHO 사무총장은 대만을 세계보건총회에 참가시킬 모든 법적 권한이 있음에도 중국의 압력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사무총장의 독립성 결여는 WHO의 신뢰와 효율성을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이를 손상시켰다”로 맹비난했다. 또 “전 세계가 목숨이 걸린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시점에 정치놀음을 하지 말고 모든 회원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다자적 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캐나다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대만을 WHO에서 배제하는 것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심각한 보건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공동 서한을 발송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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