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일부 구역이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OECD를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주요 국제기구들의 기능마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결과 OECD 본부는 11일(현지시간) 37개 회원국에서 파리로 파견 근무 중인 각국 대사들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코로나19 감염 경고 메일을 보냈다. 핵심 내용은 OECD 핵심 인사인 율릭 베스터가드 크누드센 OECD 사무차장(51)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결과 통보였다.
이에 따라 크누드센 사무차장은 현재 자가 격리돼 치료 중이다. 덴마크 출신의 크누드센 사무차장은 자국 코펜하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덴마크 외교부 차관을 포함해 미국, 러시아, 영국, 유네스코 본부 등에서 외교관과 대사를 지낸 EU 외교·안보 전문가다.
OECD는 긴급 조치로 이달 초부터 크누드센 사무차장이 접촉하거나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 추적 조사 중이다. 그가 이용한 OECD 내 사무실 등 일부 공간은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하기로 했다. OECD는 “의정서에 따라 엄격한 보건 및 방역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프랑스 보건부에도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OECD는 세계 주요 국제기구 중 하나다. 1948년 유럽경제협력기구(OEEC)에서 시작해 현재 주요 선진국 등 37개국이 회원이다. 한국도 포함된다. 크누드센 사무차장과 함께 일한 회원국 파견자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내부 동요가 큰 상태다. 이들과 만난 각국 외교 담당자들이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OECD뿐 만이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인권이사회 등 주요 국제기구 22곳이 몰려있는 스위스 제네바,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등 EU의 모든 기능이 집결된 벨기에 브뤼셀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주요 국제기구의 업무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EU집행위원회에서는 이미 여러 명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이달 들어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한편 스페인은 12일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 등 내각 각료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다. 영국, 프랑스 정부도 각각 네이딘 도리스 보건복지차관, 프랑크 리에스테르 문화장관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보리스 존슨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감염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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