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해 아이 6명씩 낳아야”…마두로 눈치없는 발언 뭇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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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제적 대혼란 속 수백만 베네수엘라 국민이 자국을 떠나 난민이 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눈치 없는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TV를 통해 중계된 여성 보건 정책을 설명 행사에서 “모든 여성이 국가를 위해 6명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외쳤다.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경제위기로 당장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다. 지난해 베네수엘라를 떠난 인구만 약 450만 명이다. 더욱 황당한 건 이 행사가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열렸다는 점이다. 이날 연설에서 마두로로 출산율을 높이라는 호소 외에는 별다른 정책도 밝히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정권 아래 극심한 경제위기에 시달리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이끈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스스로를 지도자로 공표하고 전 세계 50개국 이상의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군부를 장악한 마두로 대통령이 계속 자리에서 버티며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1만%를 돌파했고 이에 따라 식료품 및 의약품 부족이 만연한 상태다.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아동 영양실조 비율도 약 13%로 추정된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2017년부터 아동 사망률 공식 발표를 중단한 가운데 베네수엘라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사망한 아동 수는 1만1466명이다. 전년 대비 30% 급증한 수치다.

해당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즉각 야당 인사들은 현실을 모르는 마두로의 무감각을 비판했다. 마누엘라 보리바르 국회의원은 트위터에 “병원은 마비됐고 백신은 구하기도 어렵다. 여성들은 영양실조로 아이들에게 젖도 물리지 못하고 이유식도 구할 수가 없다. 이런 위기 때문에 사람들은 강제로 이주를 하고 있다”며 마두로 정권을 비판했다. 여성 권리 단체 아베사도 마두로의 발언에 “용납할 수 없다”며 “여성은 단순한 자궁이 아니라 권리가 있는 시민”이라고 논평했다.

마두로는 그간 국민의 고통에 무감각 한 처사로 비판받아왔다. 국민 3명 중 1명이 굶주리던 2017년에도 마두로는 대통령궁에서 TV로 생중계 연설 중 엠파나다(중남미의 스페인식 파이 요리)를 먹는 모습이 찍혀 비판받았다. 이듬해 터키 방문 때도 유명 셰프가 요리한 스테이크를 즐기는 모습이 공개돼 국민의 공분을 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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