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걸렸는데도 증상이 없는 환자, 누구에게서 전염이 됐는지 알 수 없는 환자 등 ‘미스터리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렵고 자신이 병에 걸렸는지조차 알 수 없어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
● 잠복기 지난 뒤 발병 의심 사례도
30일 저장(浙江)성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저장성 항저우 시민인 A 씨(45·여)는 18일 발열 증세가 나타났고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위원회 측은 “명확한 감염 출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A 씨를 포함해 3명이 전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로 판정됐다.
같은 날 항저우에서는 21일 우한 폐렴 발생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돌아온 뒤 28일 확진 판정을 받은 34세 남성 B 씨를 비롯한 3명이 증상이 전혀 없는 무(無)증상 환자로 확진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9일 일본으로 귀국한 우한 거주 일본인 206명 가운데서도 50대 여성과 40대 남성 2명이 증상 없는 환자로 처음 확인돼 무증상 감염이 세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에는 우한 폐렴의 최대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을 지난 뒤 발병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도 발생했다. 안후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30일 리(李·34)모 씨가 2일 우한에서 돌아온 뒤 23일 만인 25일 발병했다고 밝혔다. 다만 허페이로 돌아온 뒤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어서 잠복기를 지나 발병한 것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또 톈진(天津)시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시민 C 씨는 19일 발열 증상이 나타나 25일 2차례, 29일 1차례 검사를 받았으나 모두 음성이었고 30일 4번째 검사에서야 양성 판정이 나왔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위급 전문가팀 소속 리란쥐안(李蘭娟) 중국공정원 원사는 중국중앙(CC)TV에 “(이러면) 숨은 전염원을 발견하기 어렵다. 숨은 감염자들이 (바이러스를) 조용히 전파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각 성(省) 감염자와 접촉자 이동 상황을 확인했다. 전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빅데이터 활용을 정부에 제의했다”고 말했다.
● 베이징서 ‘사스 병원’ 다시 준비
30일까지 확진 환자 114명이 발생한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도 심상치 않다. 베이징시는 “우한 폐렴이 타지에서 베이징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더 나아가) 확산세로 넘어갔다”며 “전염병 파급 범위가 갈수록 확대돼 감염 확산 위험이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베이징시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당일인 25일 무렵부터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위기 때 지었던 병상 1000개 규모의 임시 격리병동 보소를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사 완료 목표 시한은 10일이다. 중국은 2003년 사스 감염자가 확산되자 베이징 외곽에 ‘사스 병원’이라 불렸던 샤오탕(小湯山) 병원을 7일 만에 완공했다. 베이징이 대형 임시 격리병동 준비에 나서자 우한 폐렴 폭증세가 베이징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서는 이날 예정 항공편 1056편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6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홍콩 밍(明)보에 따르면 남부 푸젠(福建)성에서는 주민 1000여 명이 우한 폐렴 환자 격리 시설이 주거지와 너무 가깝다며 도로를 막고 경찰과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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