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습’ 이라크 벌집 건드렸나…“용납 못할 악랄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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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0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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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란 민병대 "미국과 다결 이외 대안없어"

미국이 지난 29일 혁명수비대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무장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KH)의 이라크와 시리아 거점 5곳을 공습한 것을 두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KH는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맞서 싸워온 친이란 민병대 하시드 알사비(PMU) 산하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알자지라, 이란 국영방송, 시리아 국영 SA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이날 미국의 공습을 주권 침해로 비난했다. 아델 압둘 마흐디 임시 총리는 이날 방송으로 일부 생중계된 내각회의에서 “미국으로부터 공격 30분 이전 통보를 받았다”며 “공격을 막으려 했으니 미국 관리들의 주장을 꺽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흐디 전 총리는 지난달말 반정부 시위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뒤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 총리(caretaker)’를 맡고 있다. 이라크 총리실은 성명을 내어 “마흐디 임시 총리는 미군의 공격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용납할 수 없는 악랄한 공격(nacceptable vicious assault)이라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국가안보회의(NSC)도 성명에서 “미국이 이라크 준군사조직들을 공격한 것은 이라크로 하여금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과 관계와 협력을 재고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번 공격은 주권 침해로 미군은 자신들의 정치적 우선순위와 결론에 따라 행동했다”며 “이라크와 이라크내 군사기지, 군사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모든 군대를 보호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라크 보안군의 책무”라고도 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위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는 이날 성명을 내어 미국의 공습을 “악랄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어느 일방의 불법행위에 대응한다는 구실로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며 “이라크 당국만이 불법행위에 맞서 필요한 조치를 할 권한이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알 시스타니의 발언은 친이란 무장세력 공습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면서 이라크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아파는 이라크 최대 종교로 정치사회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를 지명한 이라크 최대 정파 연합인 비나 블록도 PMU와 연계돼 있다.

KH는 피습 당일 밤 긴급 성명을 내어 “우리는 이제 미국과 그 용병들과의 싸움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면서 “우리는 이제 대결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 범죄에 맞서는 우리를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복을 다짐했다.

이라크내 미군은 5200여명 정도다. 객관적인 화력은 미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테러 등 비정규전에는 대응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KH 대변인은 AP와 인터뷰에서 “미군이 공격 명분으로 삼은 지난 27일 키르쿠크 군기지 로켓포 공격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다”며 “이번 공격은 범죄이자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군의 공습으로 적어도 25명이 죽고 51명이 다쳤다며 지도부가 보복의 형태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PMU를 지원해온 이란 혁명수비대는 30일 성명에서 “미국 테러분자의 공습은 이라크의 국가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자 미국이 이 지역의 불안과 혼란, 긴장의 주범임을 보여준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자유로운 독립국가라면 젊은이가 외국군의 침략과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라크의 용감한 시민들과 영웅적인 PMU는 국제법에 따라 미국인의 범죄에 보복하고 대응할 권리를 가진다”고 대응을 촉구했다.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어 “미국이 지난 수년간 IS 테러분자들에게 강력한 타격을 가해온 세력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미국은 이번 공격으로 테러리즘에 대한 확고한 지지, 이라크 국가의 독립과 주권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시리아 국영 SANA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외무부도 성명을 내어 “시리아는 이라크 주권과 독립을 옹호하는 PMU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비난한다”며 “이라크와 이라크 국민의 주권 ,독립, 자유를 겨냥한 그 어떤 공격도 반대한다. 미국은 이라크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3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이란과 그의 대리자를 겨냥한 미국의 중요한 공격을 축하한다”고 찬양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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