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법원, 카슈끄지 살해 혐의로 5명 사형 선고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3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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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발표와 마찬가지로 이름도 밝히지 않아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의심' 희석작전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은 23일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미국 체류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무단’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우디 기관원 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외신들이 사우디 관영 TV를 인용해 보도했다.

나머지 3명의 피고인은 합계 24년의 징역형에 처해졌다고 알에크바리야 TV는 전했다.

이날 형이 선고된 8명을 포함 피고인 11명 전원은 기소 당시부터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방송은 검찰을 인용해 왕세자 고위 보좌관인 사우드 알카타니는 조사 받았으나 기소되지 않고 석방되었다고 말했다.

미국 체류 중 워싱턴포스트 지에 반 사우디왕실 컬럼을 써왔던 카슈끄지(62)는 2018년 10월2일 결혼을 위한 증명서 작성을 위해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 들렀다가 나오지 않아 영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약혼자에 의해 실종 사실이 알려졌다.

사우디와 사이가 좋지 않던 터키 정부와 언론은 곧 사우디 정부, 특히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비밀정보 기관에 카슈끄지 살해 제거 특명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는 언론인의 실종 자체를 부인하다 10월 말 영사관 내 살해를 인정하고 상부 명령 없이 일단의 기관원들이 자의로 카슈끄지를 고문하다 살해했다고 10월24일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개입 및 배후설은 수그러들지 않았으나 사우디 왕실과 가까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왕실을 변호해주는 태도를 취해 이로부터 빈살만은 큰 도움을 받았다.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지나 해스펠 CIA 국장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해 실종 직전 20명에 가까운 사우디 기관원의 이스탄불 도착 및 영사관 내 카슈끄지 고문 살해 현장 녹음 존재 등을 탐문했다.

CIA는 빈살만 왕세자가 적극적으로 카슈끄지 살해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 지는 보도했었다.

스무 날만에 살해를 인정한 사우디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10여 명의 혐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형 판결 등은 그로부터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 나온 것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한때 국내에 칩거했으나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고 미국 트럼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올 여름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나라를 순방했다. 이때 모든 방문국들은 사우디 왕세자의 대대적인 투자 ‘선물’을 받고 매우 우호적으로 대했다.

빈살만은 10월 초 카슈끄지 살해에 대해 “사우디 지도자로서 전적인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겉치레’ 사과로써 왕세자는 오히려 이 언론인의 살해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종래의 주장을 국제사회에 보다 확실하게 각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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