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레바논 반정부 시위 공개 지지…‘헤즈볼라’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5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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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두 달 전 시작돼 최근 거세지고 있는 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이 나라 정치권의 최대 세력인 친이란계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갔다. 헤즈볼라에 대한 무기와 재정 지원을 해온 이란의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도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레바논 출신 사업가 2명을 헤즈볼라를 후원해온 혐의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같은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 국민들이 부정부패와 테러리즘과 싸울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 헤즈볼라의 위협에 맞설 수 있도록 모든 도구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짓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압박해 왔다. 이란의 막강한 지원을 바탕으로 헤즈볼라는 다른 반미, 반이스라엘 성향 무장정파들과는 차원이 다른 피해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안겼다. 1983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을 공격해 미군 241명이 숨지게 했다. 이 사건은 미군의 레바논 철수로 이어졌다. 또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선 34일간 수백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며 큰 피해를 입혔다. 현지 중동 전문가는 “그 어느 때보다 레바논 국민들의 헤즈볼라에 대한 반감이 고조돼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헤즈볼라와 이란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기 좋은 기회로 현 상황을 바라볼 것”이라며 “미국의 헤즈볼라에 대한 압박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국제기구에서도 레바논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 11일 유엔과 프랑스 주도로 열린 레바논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에선 레바논 정부의 경제지원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독일, 아랍에미리트(UAE),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레바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하기 전까지는 재정 지원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동 외교가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부 구성을 ‘헤즈볼라 영향력 축소’로 해석한다. 실제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임시총리(총리직에서 10월29일 사임)는 전문 관료들이 중심이 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지만, 헤즈볼라의 반대로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하티르 모하멧 말레이시아 총리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외교안보행사인 ‘도하포럼’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비판했다. 그는 도하포럼 연설에서 “말레이시아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일방적으로 제재를 재부과한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란에 대한 제재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어긋나고, 유엔 헌장에선 제재는 유엔만이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제재로 인해 말레이시아와 다른 나라들은 ‘큰 시장’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행사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제재 관련 핵심 인사 중 하나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이 참석해 있어 화제가 됐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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