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한밤의 참극…잠자던 노숙자 4명 둔기 맞고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6일 21시 53분


5일 새벽 미국 뉴욕의 맨해튼 동남부 차이나타운 인근 바워리 지역에서 길에서 잠을 자던 노숙인 4명이 둔기로 맞아 숨지는 끔찍한 참극이 일어났다. 20대 노숙인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쇠파이프로 잠에 빠진 노숙인을 닥치는 대로 공격해 80대 노인 등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NYPD)은 현장에서 용의자인 루디 로드리게스 산토스(24)를 체포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산토스는 약 3피트(91cm)의 쇠파이프로 거리 3곳을 돌며 잠자던 노숙인들을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 당시에도 쇠파이프를 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숙인을 노린 한 밤의 끔찍한 범행 장면은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혔다. 범행 현장 주변 포에버헬스파머시의 매니저인 탕우 씨는 보안카메라에 잡힌 영상 속에 한 남자가 새벽 1시38분경 종이상자를 덮고 약국 앞 길에서 잠자는 노숙인 2명을 쇠막대기로 여러 차례 내려쳤다고 NYT에 설명했다.

용의자인 산토스는 이 지역 노숙인 지원센터에서 무료 급식을 종종 이용하던 노숙인으로 알려졌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평소에는 공격적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영상 속의 남성이 자신임을 인정했으나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동기도 알려지지 않았다. 마이클 발사디노 뉴욕경찰 맨해튼남부형사대장은 “동기는 현재 무차별 공격(random attack)으로 보인다”며 “인종, 나이 등 자연적 특성에 따라 목표가 된 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바워리 지역은 차이나타운과 맞닿은 곳으로 맨해튼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였다. 맨해튼에서 노숙인 쉼터가 가장 많이 있는 곳이다. 최근 ‘로어 이스트’ 지역 개발 붐을 타고 새 아파트와 음식점 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밤에는 인적이 드물어 범죄 취약지역으로 꼽힌다.

한밤중에 일어난 무차별 공격은 거리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노숙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부자 도시의 뉴욕에서 늘고 있는 노숙인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NYT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뉴욕 시에 3588명의 노숙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숙인 쉼터에는 약 6만2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뉴욕자 노숙인의 상당수가 정신 질환, 약물 중독 등의 문제도 안고 있다. 빌 더 블라지오 뉴욕 시장실은 성명을 통해 “유사한 비극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경찰관 증원 배치 등 대책을 내놨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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