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육군, ‘조커’ 상영관서 총격 우려…‘오로라 총기난사’ 악몽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6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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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주의자 '인셀' 모방범죄 우려
"상영관서 탈출 경로 파악하라" 경고

배트맨 시리즈 악당 조커의 기원을 담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미 군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012년 ‘오로라 총기난사’ 사건 당시 총격범이 집착했던 캐릭터 조커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란 점에서 모방범죄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더힐 등은 미 육군이 군인들에게 영화 ‘조커’ 상영관에서 총기난사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대대적으로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군당국은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소셜미디어(SNS)상에 영화 ‘조커’와 관련해 공격적인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이같이 조치했다.

미 육군군수사령부(AMC)는 이날 군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SNS상에서 인셀(incel) 극단주의자들이 전국 ‘조커’ 상영관에서의 총격을 재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인셀은 여성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한 비자발적 독신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로, 여성 혐오주의자를 지칭하기도 한다. 총기난사를 옹호하는 극단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에이트챈’에서 환호받는 존재다.

AMC는 “10월4일 ‘조커’ 개봉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확실한 위협은 없지만, (국방부) 인력과 그 가족들에게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커 상영관에서) 2개의 탈출 경로를 파악하고, 주변을 계속 의식하며, ‘달리고, 숨고, 싸우라’는 말을 기억하라”며 “달릴 수 있는 한 달리고 사방이 막힌 곳에 있게 된다면 숨어서 조용히 기다려라. 저격수가 당신을 찾으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7월 한 남성이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상영 중이던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도시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사망했다. 자신을 조커와 동일시해온 제임스 홈스는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채 이같은 총격을 저질렀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주인공 배트맨의 숙적이었던 조커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그린 영화가 이번에 개봉하는 조커다. 정신질환이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생계를 위해 광대 일을 하는 아서 플렉이 조커로 거듭난 과정을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당국은 이 같은 서사가 인셀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캘리포니아에서 총과 칼로 6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엘리엇 로저는 범행 전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22세인데도 동정”이라고 분노했다.

지난해 플로리다주의 고등학교에서 17명을 살해한 니컬러스 크루스는 온라인에 “엘리엇 로저는 기억될 것”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같은해 플로리다 탤러해시에서 벌어진 요가학원 총기난사 사건의 스콧 폴 베이얼 역시 스스로를 인셀로 규정했다

오로라 총격 희생자의 유가족들도 배급사 워너 브러더스 측에 우려를 전했다. 이들은 영화 개봉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워너 브러더스에 “총기 규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워너 브러더스는 성명을 통해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가상의 캐릭터인 조커와 영화 모두 현실 세계에서 어떠한 종류의 폭력도 지지하지 않는다. 이 캐릭터(조커)를 영웅으로 띄우는 건 영화 제작자나 스튜디오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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