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개국 정상들의 ‘외교 올림픽’ 24일 개막…“한일, 북핵문제 진전 없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13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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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일반토의 24일 개막
북핵 위기, 중동 갈등, 무역 전쟁 등 해법 모색
세계 91개국 정상들 속속 뉴욕으로
무역전쟁, 중동 등 갈등 해법 주목
톱다운 양자외교 돌파구는 많지 않아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59번가 센트럴파크 앞. 뉴욕 경찰(NYPD) 차량과 검은색 의전용 차량들이 도로 한 편을 대거 차지하고 있었다.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제74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 참석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정상들이 뉴욕에 속속 도착하면서 맨해튼의 주요 호텔 주변에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교통 체증이 시작됐다. 숙소나 회의 장소로 각국 정상들을 안내하는 경찰과 의전 차량의 요란한 사이렌은 한밤 중까지 이어졌다.

● 91개국 정상 참석하는 외교 올림픽 24일 개막

유엔에 따르면 올해 유엔 총회 일반토의는 ‘빈곤 박멸, 질 좋은 교육, 기후 행동과 포용을 위한 다자간 노력 강화’를 주제로 5일간 진행된다. 특히 미·중 무역 전쟁과 중동 갈등 등의 세계를 짓누르는 위기의 장막을 배경으로 193개 유엔 회원국 정상과 대표단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끈다. ‘정상들의 외교 올림픽’으로 불리는 올해 일반토의는 월요일 열리는 관행을 깨고 화요일 시작되는 점도 이례적이다. 올해는 월요일인 23일에 60여개 국 정상들이 참가하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린다. CNN에 따르면 이번 일반토의에는 문 대통령을 포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 등 세계 91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 유엔 무대에서 주목받는 정상들

유럽 정상 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에 대한 조사를 압박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뉴욕 방문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탈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정상 자격으로 처음 유엔 무대에 데뷔한다.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가 14일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배후로 지목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행보에도 국제 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중동 긴장 해소를 위한 호르무즈 평화 구상을 이번 유엔 총회기간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 대신 중동 갈등 등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아베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얼마나 보폭을 넓힐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 트럼프 입에 쏠린 세계의 시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할 때마다 화제를 낳았다. 2017년 취임 첫 해 다자외교의 장인 유엔 무대에 데뷔해 42분간 연설을 하면서 미국 경제 자랑 등 치적과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필요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해 세계를 긴장시켰다. 지난해에는 “2년도 안 돼 미국 역사상 거의 모든 행정부보다 많은 성과를 냈다”고 장황하게 자랑을 늘어놓는 바람에 총회장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일반토의 첫날인 24일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연설을 한다. 그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플리 펠트먼 전 유엔 사무차장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번 유엔 총회 대화의 주요 화제는 ‘미국의 정책이 무엇이냐’에 관한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토의 하루 전에 열리는 23일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대신 ‘종교자유 보호’ 관련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행사에서 중국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 등에 대해 비난을 재개할 것인지 주목된다.

● 정상들 모이지만, 갈등 해결 양자외교 기회 많지 않아

무역전쟁, 중동 위기부터 한·일, 인도·파키스탄 갈등 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세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지만 정상간 양자회담을 통해 ‘톱다운’식의 문제 해결을 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 10여 개국 정상들과 만나 북핵 문제 등 국제 사회 현안도 논의하는 양자 외교를 벌인다.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총회 기간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의 경우 중국의 시 주석이 참석하지 않기 때문에 협상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선 양국 정상의 양자 회담을 열리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공격 이후 거의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만날 의향이 없다”고 일축했지만 “나는 매우 유연하다”며 여지도 남겼다.

● “한일, 북핵 문제 진전 없을 수도”

이번 유엔 총회 기간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키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일본 외무상이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의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총회 기간 한일 갈등 중재에 얼마나 힘을 쏟을지도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 한일 정상회담도 열린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인 한일 관계가 악화된 데다 북미 대화가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빈손 회담’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한미일) 3개국이 모두 공유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공통된 목표는 거의 진전을 보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측도 리용호 외무상 등 고위급 외교관을 이번 유엔 총회에 파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김성 유엔 주재 대사가 일반 토의 마지막날 30일 연설을 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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