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中, 홍콩 놓고 갈등 격화…英, 중국 대사 초치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4일 0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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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 "헌트 외무, 총리되려 궤변 中"
헌트 "일국양제 준수하라" 다시 강조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영국과 중국 정부의 신경전도 격렬해지는 모습이다.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류샤오밍(劉曉明) 주영국 중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헌트 장관의 발언은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았으나 상당히 강경한 대화가 오고 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는 즉각 4일 “헌트 장관은 상식 밖”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내놨다. 환구시보는 헌트 장관이 현재 영국의 차기 총리 자리를 놓고 싸우는 보수당 대표 경선 운동 중이라는 점을 꼬집으며 “총리가 되기 위해 강경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트 장관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중국과 영국의 관계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이기적이고, 수준 낮은 궤변을 계속 늘어놓는다면 영국의 대중(對中) 외교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영국과 중국의 갈등은 지난 2일 헌트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정부를 향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준수하라”고 경고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헌트 장관은 “홍콩 시위를 이들 정부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3일 류 대사는 BBC, 가디언, CNN, 로이터 등 외신을 불러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은 아직도 식민지 시절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헌트 장관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내정 간섭이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헌트 장관이 자유를 언급한 것은 황당하다. 이는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 홍콩의 범법 문제다. 영국의 고위 공직자가 범법자를 지지한다는 발언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고 주장했다.

류 대사는 이어 “우리는 영국이 홍콩을 지배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당시 홍콩에는 자유, 민주주의,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영국은 홍콩에 총독을 임명해 보냈다. 시민들은 그들의 대표를 선출할 권리가 없었다. 시위의 권리도, 사법권을 누릴 권리도 그들에겐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영국 정부가 이를 깨닫고 더 이상의 내정 간섭은 자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헌트 장관은 류 대사 기자회견 내용이 보도되자 트위터에 “국가들 간의 좋은 관계란 상호 존중과 그들 사의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지킨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는 영국과 중국의 훌륭한 관계를 보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고 썼다.

헌트 장관이 말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정’이란 영국이 1997년 자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며 체결한 ‘홍콩반환협정’을 지칭한다.

당시 영국은 중국이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보장한다는 ‘일국양제’를 조건으로 이같은 협정을 맺었다.

한편 홍콩의 송환법 시위는 날로 격화되는 모습이다. 3일 밤 홍콩 결찰은 지난 2일 새벽까지 의사당을 점거하며 집회를 벌인 시위대 1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기 소지, 경찰관 폭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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