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전쟁 휴전 한달 연장… 내달 시진핑과 美서 만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백악관서 美-中 무역협상단 면담
구체적 관세인상 연기기간 언급… “많은 진전” 정상회담 개최 뜻 밝혀
환율엔 합의, 기술이전 강요는 이견… 워싱턴 고위급 무역협상 이틀 연장
WSJ “트럼프 성과 조급증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미중 무역전쟁 ‘90일 휴전’ 기간의 데드라인을 연장하고, 다음 달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큰 진전 없이 무역협상 합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급증에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함께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을 만났다. 그는 기자들이 무역전쟁 휴전일 시한 연장 가능성을 묻자 “시한 연장이 나쁘지 않다. (관세 인상을) 한 달 정도 미루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과 19일에도 휴전 시한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날 ‘1개월’이라는 구체적 기간까지 제시했다. 이에 양국의 무역전쟁 휴전 시한 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두 나라가 많은 진전을 이뤘다. 시 주석과 내가 마지막 쟁점을 해결할 것”이라며 조만간 정상회담을 개최할 뜻을 드러냈다. 시기 및 장소에 관해서도 “아마 3월에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2017년 4월에도 이곳에서 회담을 했다. 그간 미국과 중국이 마러라고와 중국 하이난섬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미국 개최로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미중 고위급 협상단은 21일부터 이틀간 예정됐던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24일까지로 연장했다. 미중은 특히 환율문제에 관해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또 다른 쟁점인 기술이전 강요 및 화웨이 사태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미국은 중국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핵심 기밀에 해당하는 최첨단 기술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이날 미 CNBC는 “중국 측이 협상에서 총 1조2000억 달러(약 1350조 원)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약속했지만 지식재산권의 강제 이전 등에 견해차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WSJ는 “이날 백악관에 모인 어떤 관계자도 진전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이르다고 한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무역협상 의제에 화웨이를 넣을 수도 있고 넣지 않을 수도 있다. 법무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워싱턴 정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마이클 웨설 미중 경제안보위원회(USCC) 위원장은 WSJ에 “대통령이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움직임 뒤에 2020년 대통령 선거가 있다. 중국인들이 대통령을 조금 물러나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무역협상을 타결한 후 그 성과를 바탕으로 재선 가도에 나설 뜻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의견차도 날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측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말에 “내게 양해각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양해각서 대신 무역협정(trade agreement)이라고 하겠다”고 정정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트럼프#무역전쟁#시진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