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군비경쟁 우려 커진다…푸틴에겐 ‘치를 돈 없다’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8일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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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실질소득 하락소·푸틴 지지율 13년 만에 최저
소련 붕괴 악몽…“푸틴, 국방에 돈 더 안쓸 것”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이후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 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치·경제적 위기에 처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값비싼 군비 경쟁을 치를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푸틴의 지지율은 1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나 “우리는 값비싼 군비경쟁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호전적 발언으로 서구와의 대치 상황을 떠벌려 온 푸틴 대통령이 이번엔 조용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INF 조약 탈퇴 선언에도, 푸틴은 새 미사일 배치를 발표하지 않았고 새 무기 개발을 위한 자금은 기존 예산에서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러시아는 미국이 먼저 하지 않는 한 유럽 등 다른 지역에 새 지상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소 이례적인 푸틴 대통령의 태도에 로이터는 “당연한 선택”이라며 “냉전의 군비경쟁이 소련의 종말에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한 가혹한 기억은 푸틴의 선택에 제한을 둔다”고 분석했다.

소련(현재의 러시아)은 붕괴 직전까지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군사산업단지로 막대한 현금을 쏟아부었고 결국 1991년 붕괴됐다.

그렇다고 해서 푸틴 대통령이 군부에 투입되는 예산을 줄인 건 아니다. 러시아는 올해 전체 예산 18조루블(306조 7200억원) 중 30%를 군사 및 국가안보 지출에 투입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작년에 극초음속 미사일, 레이저 무기, 수중 핵 드론, 핵 추진 순항 미사일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신형 무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면적 군비 경쟁에 자금을 댈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맞서 완충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현금 2000억달러를 비축하고, 기반시설 정비에 수십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국내 정치적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달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푸틴에 대한 신뢰도는 33.4%로 13년 만에 최저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한 유권자도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수년간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연금 연령을 상향 조정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탓이다.

이고르 니콜라예프 FBK 전략분석연구소 소장은 “푸틴이 새 군비경쟁에 자금을 대기 위해서는 예산의 다른 부문에서 전용해야 한다. 이 경우 인프라 지출 계획을 축소하거나 국부펀드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고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국방에 더 많은 돈을 쓰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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