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미중 정상회담 무산 배경은?…‘북미회담과 분리 의도’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8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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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월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무역 협상을 27~28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2월 북미 정상회담 직후 중국 하이난성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들은 중국과 북한 문제를 병합하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했다고 한다.북미회담 직후 미중회담을 열 경우 준비 시간 부족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중국의 포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미중 무역 협상의 진행 상황이 아직 유동적이라는 점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 한 행정부 관계자는 다음 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한 뒤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이번 베이징 무역협상을 마치고 난 다음 미중 정상회담에 수락할지 여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2월 말까지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이끌어낼만큼 대화가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다는 점도 미중 정상회담을 조기에 열기 어려운 이유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상이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거리(pretty sizable distance)’가 있다”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앞서 진행된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두 나라간 방대한 대화는 있었지만, 기술 및 구조적 문제와 함께 협상안을 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지식재산권 침해, 자국 첨단 산업 육성 정책,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대우, 비관세 장벽, 기술 탈취, 해킹, 환율 조작 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구조적인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같은 미국의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지난달 30~31일 워싱턴에서 열린 무역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 구매 확대 등을 제안하면서도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제안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을 열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해 있어야 하지만 양측은 아직까지 합의서 초안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월 미중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양국이 설정한 협상 마감 시한인 3월1일까지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때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경우 무역 전쟁에 대한 공포가 재부각되면서 실물 경제는 물론 금융 시장까지 다시 불안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8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94%), 나스닥지수(-1.18%) 등 미 증시 3대 지수는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감에 일제히 하락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 일정 정도의 합의를 만들어 놓고 관세 인상을 유예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CNBC는 복수의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관세가 현행 10%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WSJ는 양국이 3월1일까지 부분적인 합의를 만들고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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