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갈등으로 시작된 미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12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22일을 넘어서며 역대 최장 일수를 기록했다. 약 80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이 셧다운의 영향을 받고 있다. 3주 넘게 ‘필수적인 업무’ 담당자 42만명은 무급으로 일하는 중이고 그 나머지는 강제무급휴가다.
하지만 연일 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셧다운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셧다운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셧다운 지속? 무급 공무원들은 어찌 살라고
12일은 셧다운 이후 첫 연방공무원 급여 지급일이었다. 하지만 임금이 지급되지 않음으로써 미 연방 공무원들의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많은 공무원들이 트위터에 0달러로 찍힌 월급명세서를 올리며 분노감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비상 저축을 잘 하지 않는 미국인 생활패턴을 고려할 때 한달이라도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면 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연방 공무원들이 임시직을 찾아나서고 있다. 데이케어 비용, 주택대출금, 생활비 등 정기적으로 써야 하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점심 때 고객들이 차있던 워싱턴 D.C.의 식당과 푸드트럭 등은 한산해졌다. 일부 업체들은 공무원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공짜 샌드위치나 공짜 영화를 제공하고 있고, 은행이나 대부업체들도 셧다운 영향을 받는 공무원들을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미 하원은 최근 셧다운 기간 연방정부 직원들이 받지 못한 급여를 업무 재개 후 소급 지급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셧다운이 빨리 끝나지 않는 한 이같은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앞서 이달 초 미국 연방정부 근로자 약 70만명이 속한 전국 최대 규모 노동조합 ‘연방공무원노조‘(AFGE)는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약 없는 무급 노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임금을 아예 못 받는 것은 아니라 해도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을 요구하는 것이 노동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2017년 연방법원은 셧다운 기간 동안 근무했던 공무원들에게 하루 일당의 2배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가능성 낮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민주당과 예산안 갈등을 빚는 와중에 자주 자신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백악관은 국경 장벽 예산 확보를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초기 작업에 들어갔다.
익명의 소식통들에 의하면 정부는 지난해 재난 복구를 위해 배정한 139억 달러(약 15조5166억원) 중 미사용된 군 예산을 장벽 건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검토에 돌입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권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적으로 근거가 약하며 소송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는 헌법에 명시된 미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전쟁 등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행정부가 위기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포할 수 있다.역대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경우는 자연재해 상황을 제외하고도 최소 58회나 된다. 2001년 9.11테러,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확산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엄포용‘일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이 권한을 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접경이 비상 상황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20년 동안 도리어 불법 이민자들의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비상상황이라는 근거가 약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2일 “당장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고 있진 않다”면서 “의회가 제 일을 하길 바란다. 민주당 의원들이 돌아와 투표해야 한다”고 공을 의회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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