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역사 美보이스카웃연맹, ‘미투’로 파산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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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년 역사의 청소년단체인 미국보이스카웃연맹이 직원들의 성적 학대 의혹 관련 소송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보이스카웃연맹(The Boy Scouts of America)이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로펌인 시들리 오스틴을 고용했다”고 전했다.

약 23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미국보이스카웃연맹은 1910년 창설돼 만 7세 이상 청소년의 심신 수양과 리더십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현재까지 약 1억1000만 명이 리더십, 인성 프로그램 등에 참가한 미국의 대표적인 청소년 단체다.

미국보이스카웃연맹이 파산 위기에 내몰린 직접적인 계기는 전직 간부나 자원봉사자들의 회원 성적 학대 의혹과 관련한 소송 때문이다. 소송비 부담 증가와 회원 감소로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보이스카웃연맹은 지난해 노동 및 고용 문제 관련 로펌에 760만 달러를 지불했다. 2016년에 350만 달러, 2015년에 85만9347달러를 썼다. 미국보이스카웃연맹 측은 이날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지역 및 전국 단위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비영리단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내면 소송 절차가 중지되고 원고 측과 피해 보상을 협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유사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카톨릭 교구 등 여러 단체들이 피해자와 보상을 합의하기 위해 챕터 11 파산보호 신청을 한 전례가 있다. 지난 주에는 미국 체조협회(USAG)가 전 국가대표팀 담당 의사인 래리 나사르의 십여년간 지속된 성적 학대와 관련한 소송들에 휘말려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미국보이스카웃연맹은 2015년에는 동성애자들을 리더나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는 규칙도 폐지했다. 지난해에는 소녀들의 가입도 허용했다. 하지만 회원 수는 감소하고 있다. 오히려 유사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회원 수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걸스카웃트연맹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걸스카웃연맹은 “부모들이 혼란을 일으켜 보이스카웃 프로그램에 자녀를 등록시키는 실수를 할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보이스카웃연맹 대변인은 “가입 대상을 소녀로 확장한 것은 프로그램 참가를 원하는 가족들의 오랜 요청이 나온 뒤에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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