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당이 차잉잉원(蔡英文) 정부가 24일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고 대만 남부 최대 도시 가오슝(高雄) 시장에 당선된 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열풍이 분 배경에 20대 대만 젊은 유권자들의 심판이 있었던 분석돼 주목된다.
26일 대만 중궈(中國)시보에 따르면 지방선거 다음 날인 25일 대만인 10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당 정치인 가운데 가장 지지하는 사람’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한궈위는 가장 높은 지지율인 30.5%를 얻었다. 주리룬(朱立倫) 신베이(新北) 시장 당선자가 13.9%,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10.5%였다. 선거 수개월 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한궈위가 단숨에 국민당을 대표하는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조사에서 한궈위의 20대(20~29세) 지지율은 40.6%로 훨씬 높았다는 점이다. 대만 지방선거 여론조사 금지 공표기간 전인 14일 여론조사에서 한궈위는 20~29세 유권자 중 59.1%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상대 민진당 후보는 22.6%에 그쳤다.
이는 그가 이념보다 민생경제와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 강조하면서 유권자 민심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선거 캠페인 내내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게 만들 것”이라며 젊은층의 표심에 호소했다.
반면 25일 같은 조사에서 차이잉원 총통은 ‘민진당 중 가장 지지하는 정치인’ 항목에서 4.2%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지지율이 가장 높은 사람은 현 행정원장(총리)인 라이칭더(賴淸德)였다.
차이 총통 지지는 20~39세에서 11%로 다소 높아졌지만 이 역시 차이 총통에게는 충격적인 결과다. 20~39세 젊은층은 그가 2016년 총통에 당선되는 데 기여한 핵심 지지세력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만 20대 10명 가운데 9명이 차이잉원을 지지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대만 젊은층들은 차이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커졌다. 대만 한 싱크탱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차이잉원 정부에 실망했다는 20~29세의 답이 49.2%로, 지난해(35.3%)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대만 매체들은 차이 총통에 실망한 20, 30대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여기에는 대만 20대 젊은층을 실망하게 만든 차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만의 9월 전체 실업률은 3.76%로 양호했지만 같은 달 청년실업률은 12.29%에 달했다. 홍콩 경제일보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올해 최저임금을 3만 대만달러(약 109만7400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올해 확정된 최저임금은 2만3100대만달러에 그쳤다. 그런데도 라이칭더 행정원장은 “평균 임금이 4만8000대만 달러로 18년 만에 가장 높다”며 “임금이 4만8000달러가 안 되면 사장을 찾아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라”고 말했다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러자 민진당에 우호적인 젊은층 진보 세력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진보 성향의 대만 뉴스렌즈인터내셔널은 26일 “실업률은 떨어졌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임금은 계속 낮은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가오슝대 천진위(陳進鬱) 교수는 대만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진당이 이념성이 강한 의제를 약화시켜 젊은 세대가 개혁의 성의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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