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중 10개월 골프-2개월 야구”… 이도류 꿈, 굿 스타트

  • 동아일보

美여자프로야구 지명 박민서
여자초등생 첫 홈런 야구 천재
日진출 막힌 고3때 골프채 들어
“골프든 야구든 장타는 자신감”

박민서가 최근 경기 화성시에 있는 훈련지에서 골프 클럽과 야구 방망이를 함께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리틀야구 선수 시절 ‘야구 천재 소녀’로 통했던 박민서는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골프로 전향했다. 그러다 미국여자프로야구(WPBL)가 출범하면서 두 종목에서 모두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화성=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민서가 최근 경기 화성시에 있는 훈련지에서 골프 클럽과 야구 방망이를 함께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리틀야구 선수 시절 ‘야구 천재 소녀’로 통했던 박민서는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골프로 전향했다. 그러다 미국여자프로야구(WPBL)가 출범하면서 두 종목에서 모두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화성=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쉽진 않겠지만 먼 미래에는 1년 중 10개월은 골프, 나머지 2개월은 야구를 하고 싶다.”

2016년 여자 초등학생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리틀야구에서 홈런을 쏘아 올린 박민서(21)의 목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한다. 박민서는 더 나아가 프로야구와 프로골프를 오가는 꿈을 꾼다.

일단 프로야구에서 먼저 희망을 봤다. 박민서는 내년 8월 출범하는 미국여자프로야구(WPBL) 초대 드래프트에서 뉴욕으로부터 6라운드 전체 115순위로 지명됐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등 4개 팀이 참가하는 첫 시즌은 8월부터 약 두 달간 진행된다.

초등학생 시절 ‘야구 천재 소녀’로 불렸던 박민서는 고교 시절까지 일본 실업리그 진출을 꿈꿨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일본 리그가 무기한 중단되자 고3이던 2022년부터 골프를 배웠다.

버디가 뭔지도 몰랐다는 박민서는 “야구 스윙은 어렸을 때 시작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건데 골프는 뒤늦게 스윙을 만들어 가려고 하니까 잘 안 됐다. 빨리 잘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되니 흥미를 바로 붙이기는 쉽지 않았다”며 또 “(야구에서) 날아오는 공을 쳤으니 멈춰 있는 공은 열심히만 하면 금방 잘 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죽어 있는 공이 더 치기 어렵더라”며 웃었다.


홈런 타자였던 만큼 가장 자신 있는 건 장타다. 박민서는 “골프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데는 야구를 했던 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 선수들과 야구를 하면서 부족한 힘을 보완하려 연습 때도 공을 강하게 치려고 했다는 박민서는 골프를 처음 배울 때부터 헤드 스피드가 103마일이 나왔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30m를 쉽게 넘긴다. 여자 프로골프 무대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수치다.

골프에 한창 매진하던 지난해 12월 WPBL 창설 소식이 들렸다. 고심 끝에 그는 야구 선수로 뛰던 중학생 시절의 영상을 WPBL 사무국에 보냈다. 박민서는 “리그가 생겼다고 갑자기 (야구로) 돌아가기에는 골프에 투자한 게 너무 컸다. 그런데 (드래프트에) 지원도 안 하면 너무 후회될 것 같았다”며 “야구를 열심히 했던 걸 조금이라도 인정받은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민서는 골프로 전향하면서도 “언젠가 야구로 돌아오고 싶다”는 바람을 아예 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골프를 처음 배울 때는 야구 스윙이 망가지는 게 싫어서 골프 훈련이 끝나고 기숙사에 오면 야구 방망이를 잡곤 했다”며 “야구가 싫어서 그만둔 게 아니다 보니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골프 훈련이 없는 주말에 가족들한테 얘기하지 않고 사회인 야구 경기에 몰래 다녀오기도 했다.

야구와 골프 병행이 어려운 길이라는 건 그도 잘 안다. WPBL 각 팀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30명씩 지명했는데 최종 개막 로스터는 팀당 15명이다. 마지막 라운드에 지명된 박민서는 당장 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 박민서는 “그래도 야구는 추억, 취미로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리그가 생겨서 다행이다. 계약이 안 된다면 골프에서 먼저 프로라는 성과를 낸 뒤 다시 도전할 것이다. 먼 미래에는 1년에 10개월은 골프 선수로 뛰고, 2개월은 WPBL에서 야구를 하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박민서는 1차 목표인 골프 프로가 되기 위해 26일 뉴질랜드로 골프 전지훈련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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