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대인 죽이겠다”는 총격범, 유대인 의사-간호사가 치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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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도 유대인… “아픈 사람 돌본것”, 유대인 간호사 치료 마친뒤 눈물

“나는 모든 유대인을 죽이고 싶다.”

지난달 2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트리 오브 라이프’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총격을 가해 11명을 죽인 로버트 바워스는 경찰과 대치하다 입은 총상을 치료하기 위해 앨러게니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렇게 외쳤다. 유대인 증오 범죄를 저지른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이 유대인들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ABC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이 30일 보도했다.

앨러게니 병원장이자 유대인인 제프리 코언 박사는 ABC 인터뷰에서 바워스를 치료한 의사와 간호사 중에 최소 3명은 유대인이었다며 “우리는 심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언 박사는 “나는 그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들은 훌륭한 일을 했다”며 “바워스는 환자였기 때문에 의료진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바워스의 치료를 마친 뒤 아버지가 랍비인 유대인 간호사는 눈물을 흘렸고, 그는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안아줬다고 코언 박사는 전했다.

코언 박사는 총기 난사가 일어난 트리 오브 라이프 회당의 신도다. 회당 근처에 살고 있어 총격 당시 총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다. 희생자 11명 중 9명은 그가 아는 인물이다. 코언 박사는 용기를 내 바워스를 직접 만났다. 그는 바워스에게 다가가 “아프진 않으냐”고 말을 건넸고 바워스는 “괜찮다”면서 그에게 누구냐고 되물었다. 그는 “나는 이 병원의 원장인 코언 박사”라고 대답한 뒤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고 한다. ‘코언’이라는 성은 유대인들 사이에 흔한 이름이다. 코언 박사는 ABC에 “우리가 서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내가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총격범#유대인 의사#간호사가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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