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일본 언론인 “무장단체가 국적-실명 밝히지 못하게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5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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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다 준페이 일본 귀국길
야스다 준페이 일본 귀국길
“내 이름은 우마르, 한국인입니다.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 당장 구해주세요.”

7월 시리아 무장단체의 총구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영상이 공개됐던 일본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44) 씨가 석방돼 25일 귀국길에 올랐다.

야스다 씨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NHK에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했던 이유에 대해 “무장단체의 규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인이라고 하거나 실명을 말하게 되면 함께 있던 다른 억류자가 석방됐을 경우 감금 장소를 일본 측에 알릴지도 몰라 무장단체가 이를 막았다는 것. 자신을 ‘우마르’라고 소개했던 것에 대해서는 “억류 중 이슬람교로 개종했어야 했는데, 이름을 우마르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를 억류한 무장단체는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누스라 전선’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영상에 대해 “이슬람국가(IS) 영상을 흉내 내고 있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달라 보인다”며 “야스다 씨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동영상의 메시지를 믿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IS 인질들처럼 위급한 상황은 아니므로 무장단체의 요구에 따르지 말라는 메시지였다는 것.

프리랜서 언론인인 야스다 씨는 2015년 6월 시리아에서 행방불명된 뒤 3년 4개월 만인 23일 석방 사실이 공표됐다. 그동안 무장단체는 “도와 달라”는 그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4차례 공개한 바 있다. 그는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이날 저녁 일본에 도착했다.

야스다 씨의 석방 과정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정부는 “몸값 지불 등 거래는 없었다”며 외교적 노력의 성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 시리아인권감시단은 일본 언론에 “카타르가 억류 언론인의 석방을 위해 힘을 다했음을 국제적으로 호소하고자 몸값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카타르가 지급한 몸값은 3억 엔(약 3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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