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선 ‘아이 돌봄’의 가치가 ‘요리’의 2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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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여성이 가사노동 75% 담당”… 남성보다 하루 최대 3시간 더 많아

영어에 ‘가사의 여신(domestic goddess)’이라는 말이 있다. 요리, 청소, 육아 등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노동을 금전적 대가 없이 담당하는 여성을 ‘여신’으로 비꼰 말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가사노동은 대부분 여성들의 몫이다. 유엔여성기구 조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무급 가사노동의 75%는 여성이 담당한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 최대 3시간을 더 노동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사노동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국내총생산(GDP)에서 해당하는 비율은 10∼39%라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영국의 가사노동 가치 통계는 눈여겨볼 만하다. 영국통계청(ONS)은 영국 전체 가정에서 이뤄지는 가사노동을 외부 노동력에 맡겼을 경우 지불해야 하는 금전적 규모를 1조6000억 달러(약 1814조 원)로 추산했다(뉴욕타임스 4일 보도).

이 중 금전적 가치가 가장 큰 것은 아이 돌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돌봄의 가치는 약 3520억 파운드(약 517조 원)였고, 요리 1580억 파운드(약 232조 원), 세탁물 관리 89억 파운드(약 14조 원)의 순이었다. ONS는 이러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그해 영국 GDP의 63%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유엔여성기구 조사보다 GDP 기여 비중이 훨씬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8일 나온 한국 통계청 발표에서도 가사노동의 가치는 GDP 대비 24.3%로 평가됐다.

인도 이탈리아 등에서는 각 가정마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노동 담당자(대부분 여성)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4년 뉴욕타임스는 가사노동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느냐를 놓고 지상 전문가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 4명 중 3명이 반대 의견을 내놓았는데 여성 전문가 2명 모두가 반대 의견을 냈다. 여성 전문가들은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정책 지원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영국#가사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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