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 日, 노인인력도 ‘귀하신 몸’… 경비-청소업체, 구인난에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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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사이트에 “60세이상 환영”… 노인들, 편의점-식당으로 빠져나가
은퇴자 고용했던 경비-청소업체, 임금 올려주며 인력 구하기 진땀
정년 70세로 늘리고 드론 활용도

한 청소회사 사장은 “올해 79세 된 직원을 채용했는데 일을 무리하게 시키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며 “시급을 올려주고 있는데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쉰다. 노인 인력을 중심으로 연간 100명의 청소원을 채용하는 이 회사의 2017년 인력 모집 광고비는 전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일본에서 ‘일손 부족’의 여파가 노인 일자리에도 미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전했다. 전통적으로 정년퇴직자의 재취업이 많았던 아파트 관리인, 경비, 청소 등의 업종에서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 아파트 관리업체 도쿄커뮤니티는 “최근 수년간 아파트 관리인, 경비 등의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임금을 올려주고 근무 조건을 개선하며 노인 인력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관련 업체들에 따르면 1년간 아파트 관리인과 계약경비원 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각각 1.8배와 1.5배이고 청소 아르바이트도 1.5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 업종들의 평균 시급은 다른 업종에 비해 20엔(약 200원) 정도 더 오르고 있다.

노인 몸값이 오른 배경엔 일손이 부족한 다른 업종들의 노인 모셔가기에 있다. 과거 노인을 적극 고용하는 일자리는 한정돼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 소매점이나 음식점들이 접객 요원으로 노인을 적극 활용하게 된 것. 실제로 아르바이트 구인사이트 ‘바이토르’에서는 “60세 이상 환영”이라고 쓰인 구인 안내가 최근 2년간 8배로 늘었다. 결국 노인들의 일자리가 분산되면서 정작 노인들의 전매특허였던 업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대형 쇼핑몰 체인 이토요카도는 정년 후 재고용하는 파트타임과 아르바이트의 고용상한을 지난해 70세로 끌어올렸다. 자금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은 기술혁신을 통해 대응책을 찾고 있다. 경비보안업체 세콤은 올해 안에 경비 로봇을 발매할 예정인데, 자동으로 달려가 센서가 달린 팔로 수상한 물건 등을 찾아내는 기능을 갖춰 야간 순회경비 등에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비회사들은 드론을 활용한 경비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노인을 주로 고용해온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어서 해결책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 정부는 일손 부족 타개책 중 하나로 고령자 취업촉진 방안을 6월 경제재정운영 기본 방침에 포함시켰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2017년 1328만 명으로 5년 새 11% 늘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손 부족#노인인력#일본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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