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北 묵묵부답… 시간끌기 가능성” 답답함 털어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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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와 통화서 협상 고충 호소
“트럼프가 내게 상당부분 전권, 北살라미 전술 잘알아… 감시할것”
시진핑 콕 집어 경계심 드러내… 국무부내 北전문가 부족도 언급
폼페이오 방북 일정 오락가락… 성김, 동아태차관보 맡을 가능성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최근 대북(對北) 협상과 관련해 ‘삼중고(三重苦)’를 털어놨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 지연 전략’이 가장 큰 고민이고 국무부 내 북핵 담당 인력 부족, 여기에 중국의 본격적인 ‘숟가락 얹기’를 꼽았다는 것. 폼페이오 장관이 25일(현지 시간) “비핵화 시간표를 두지 않겠다”며 협상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 폼페이오 “북한의 ‘시간 끌기’ 잘 알아”

26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가진 21분가량의 통화에서 대북 협상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상세하게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자신의 ‘협상 파트너’가 누구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 미국이 제시한 일종의 ‘협상 계획서’에도 묵묵부답인 상황이라고 강 장관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 단계를 쪼개 시간을 끄는 ‘살라미(꼬리 자르기) 전술’을 쓸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워치(감시)’하겠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은 미 국무부에서 활용 가능한 ‘대북 전문가 풀’이 넓지 않다며 답답함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협상과 관련해 자신에게 상당 부분 전권(全權)을 넘겼다고도 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을 콕 집어 언급하며 그 행보를 경계하는 발언도 내놓았다고 한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적극적인 개입이 북한 비핵화 방정식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 폼페이오 방북 일정도 오락가락

워싱턴 안팎에선 북한이 일단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이벤트로 시간을 번 뒤 비핵화 협상에선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여유를 갖고 주도하려 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유해 송환도 이번 주 초가 될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북한은 아직 송환 날짜를 확정해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송환 일정이 지연될 경우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에 잡힐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비핵화 후속 합의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도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애초 방북 일정을 다음 달로 넘기거나 우선 실무급 인사부터 먼저 보내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데다 평양까지 갔는데 손에 쥘 만한 선물(비핵화 조치)을 안고 오지 못할 경우 짊어질 부담을 염두에 뒀던 것.

다만 폼페이오 장관 측은 최근 다시 북한 측과 급하게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사안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방북 일정이 지연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세간의 목소리가 커지자 미 정부에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면 어떤 식으로든 미군 유해 송환과 관련한 메시지는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점은 역시 비핵화 로드맵 교환에 맞춰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와 관련해 좀더 가시적인 일정과 이행 계획 등을 물어볼 거란 얘기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 내 대북실무팀을 강화하는 방안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6·12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 의제 조율을 주도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조셉 윤이 맡았던 대북정책특별대표 또는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로 지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김 대사는 필리핀대사로 부임한 지 1년 7개월밖에 되지 않은 만큼 대사직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폼페이오#북한 묵묵부답#방북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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