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성대한 귀환’…독일 트리어시에 거대 동상 세워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6일 19시 25분


코멘트
실패한 경제학자냐, 위대한 사상가냐.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세계인의 모습에서 실패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철학부터 역사학·사회학·경제학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종국엔 마르크스주의를 창시한 카를 마르크스 얘기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그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마르크스의 ‘성대한 귀환’이다. 중국 정부가 선물한 높이 5.5미터, 무게 2.3톤 규모의 거대 마르크스 동상이 5일(현지 시간) 그의 고향 독일 트리어시에 세워졌다. 세기의 사상가 마르크스가 탄생한 나라지만 그 동안 그를 바라보는 독일 국민의 시선이 마냥 따뜻했던 건 아니다. 전체주의로 흐른 마르크스주의는 결국 동독을 서독에 흡수시켰고 소련을 몰락시켰기 때문이다. 중국이 선물한 동상을 세우기까지도 일부 보수 정치권이 반발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태어난 도시에 동상이 세워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내막을 알면 꽤 뜻 깊은 일이다.

트리어시 시민들은 좀더 재치 있는 방식으로 마르크스를 맞았다. 조각상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트리어 기념품점’에서는 마르크스와 관련한 각종 기념품들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의 ‘굿즈(Goods)’를 사면 ‘마르크스 샴페인’을 마시며 한 손에 저서 ‘자본론’을 끼고 있는 ‘오리 마르크스 고무인형’과 함께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처치 곤란한 동전들이 고민이라면 머리 한가운데에 금이 가 있는 손바닥만한 ‘마르크스 저금통’을 사면 된다.

중국에서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세기동안 인간 사회의 격변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이름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 혁명과 건설, 개혁 과정에서 강력한 사상적 무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마르크스를 다시 읽어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런던 마르크스 기념 도서관에서는 마르크스의 업적을 기리고 마르크스주의가 지금 이 시대에 주는 의미를 살펴보는 국제 컨퍼런스를 열었다. 영국의 제1야당 내각 재무장관인 존 맥도널은 이 컨퍼런스에서 ‘현재를 바꾸는 마르크스주의의 힘’을 주제로 연설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벨기에-중국 협회가 마르크스의 200번째 생일을 맞아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핀란드 포리에서는 광장에서 마르크스의 작품들을 낭독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