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과 서로 대단히 존중”… 핵사찰 등 논의 진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비핵화 대화]‘5말6초 北-美 회담’ 공식화

정치국 후보위원 김여정은 뒷자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 테이블에는 김정은과 최룡해 등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 일부가 앉았고, 그 둘레에 나머지 위원과 
후보위원들이 자리했다. 오른쪽 원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후보위원.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정치국 후보위원 김여정은 뒷자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 테이블에는 김정은과 최룡해 등 정치국 상무위원, 위원 일부가 앉았고, 그 둘레에 나머지 위원과 후보위원들이 자리했다. 오른쪽 원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후보위원.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과의 만남이 준비 중에 있다. 전 세계가 흥분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각료회의에서 미국과 북한이 만나 획기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를 ‘5월 혹은 6월 초’로 콕 집어 밝힌 것을 두고도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올 비핵화 협상에 대해 자신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태껏 백악관이 발표했던 (북-미 대화) 시간표 중 가장 구체적인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회담에 대해 낙관론을 펼쳤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미 대화의 윤곽을 공개하자 실무 접촉 단계에서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지난 주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고위급 협상 파트너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다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자신감’ 배경엔 北 ‘핵사찰’ 수용 의사?

10일 복수의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최근 정보 당국 간 실무접촉 과정에서 북핵 폐기의 검증 및 사찰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비핵화 검증을 요구했다면 북한은 정황상 완전히 거절하진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비핵화 하겠다고 한 마당에 핵 시설 공개 등은 못 하겠다고 버티겠느냐”며 “일단 미국에 ‘검증받겠다’는 답변을 던져준 뒤 반대급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에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까지 실제 전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체제 보장 방식에 대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2005년 9·19공동선언에 담긴 체제 보장 방식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9·19공동선언에는 ‘북-미는 ①상호 주권을 존중하며 ②평화적으로 상호 공존하며 ③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하기로 합의한다’는 문안이 담겨 있다.

익명의 백악관 당국자는 9일 미국의소리(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물밑 접촉 단계에서부터 ‘점진적·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을 펼치며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의 과거 (북핵) 협상은 모두 실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 ‘업적 홍보’ 원하는 트럼프, ‘대화판’ 안 깬다

비핵화 협상의 주요 의제와 관련한 실질적 진전과는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을 부각하기 위해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반복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무역 문제를 비롯한 모든 협상에서 ①최대 압박 ②밀어붙이기 협상 ③성과 홍보 패턴을 보여 왔다. 이런 패턴 때문에 트럼프가 먼저 북-미 회담의 판을 깰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결국 11월 중간선거에서 북핵 해결을 홍보하기 위해 최대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낸 뒤 협상 타결을 유도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북-미는 정상회담 장소를 정하는 문제 역시 우선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관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미 대화 자체를 큰 홍보 이벤트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마러라고 리조트에서의 회담을 원하고 있지만 북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제3국이 검토되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여전히 평양을 1순위로 꼽는 기류이지만 미국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몽골 등 제3국과 판문점 등이 후보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북-미가 이미 여러 차례 접촉했으며 지난달 하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北京)에서도 비공식 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물밑 교섭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미사일 완전 폐기와 국교 정상화 등을 ‘일괄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대가를 얻으며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싶어 해 양측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신진우·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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