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에 등돌린 사이… 터키-러-이란은 야금야금

  • 동아일보

3국 정상 “영토 통합성 유지” 성명
터키 “이참에 쿠르드족 몰아내자”… 아프린 이어 이라크접경까지 넘봐
러-이란 묵인… 군사-경제협력 강화
트럼프 “미군 철수 준비” 지시… 군 수뇌부는 성급한 철군 만류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군을 준비하는 사이 터키의 ‘올리브가지’ 군사 작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아 내전의 혼돈 속에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인 아프린을 완전히 점령한 터키는 러시아, 이란의 묵인 아래 이라크 접경지대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4일 수도 앙카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소수 테러리스트에게 맡길 수 없다”며 “우리는 만비즈로부터 시작해 ‘인민수비대(YPG)’가 통제하는 모든 지역을 안전하게 만들 때까지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터키는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 이란이 지지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아닌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민병대 YPG와 손잡으면서 터키는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터키의 입장에서 YPG는 자국 내 분리주의를 자극하는 최대 안보위협이기 때문이다.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이 사실상 마무리되자 터키는 1월 20일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공습을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쿠르드에 대한 군사공격을 자제하라”고 요청했지만 터키는 앙카라 주재 미국대사관 앞 거리 이름을 ‘올리브가지’로 바꾸면서까지 “간섭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터키는 지난달 18일 군사작전을 개시한 지 두 달 만에 아프린을 완전히 장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프린 인근의 탈리파트와 만비즈로 군사작전을 확대할 것을 선언했고,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 신자르까지 넘보고 있다.

터키가 시리아 북서부를 손쉽게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와 이란의 암묵적인 용인 덕분이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독재를 경계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는 러시아와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서구에 각을 세웠다. 최근에는 이란이 주도하는 전후 시리아 구상에 힘을 실어주면서 시리아 북서부에서 실리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아사드 대통령을 ‘살인자’로 지칭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이란 정상과 발표한 3국 공동성명에서 “시리아의 주권과 독립, 영토적 통합성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준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을 좀 더 유지하는 데 동의했지만 비교적 빨리 철수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리아에는 약 2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내 IS와 극단주의 세력은 영토의 98%를 잃었다. 그러나 IS는 시리아 동부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일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군 수뇌부와 정보당국은 과거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하면서 알카에다를 뿌리 뽑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IS라는 악마를 만들어낸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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