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판 적폐청산? 정적 제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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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로 떠올랐던 공산당 정치국원, 보수파 장악뒤 부패혐의 13년刑
“서기장 권력강화 노림수” 분석도

베트남 법원이 떠오르는 스타였던 정치국원에게 13년형을 선고했다. 베트남 당국은 ‘적폐청산’이라고 주장하지만, 외신들은 적폐청산을 내건 정적 제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노이인민법원은 22일 딘라탕 전 공산당 정치국원 겸 호찌민시 당 서기장(57)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그는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09∼2011년 경영 부실과 비위로 손실을 끼친 것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탕 전 서기장은 이사회 의장 이후 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으며 작년 초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지도부(전체 19명)인 정치국원에 임명됐다. 또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의 당 서기장까지 겸직하며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2년 전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이 이끄는 공산당 보수파가 정치국을 장악한 뒤 상황이 급반전했다. 탕 전 서기장은 지난해 5월 공산당 회의에서 부패 혐의로 해임됐다. 최고지도부의 일원인 현직 정치국원이 해임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이며, 1986년 개혁개방 이후 두 번째다.

이후 탕 전 서기장은 페트로베트남 자회사인 페트로베트남건설의 찐쑤언타인 전 회장 등 22명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독일로 도피했던 타인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베를린의 한 동물원에서 베트남 정보요원에게 납치돼 송환됐으며, 22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탕 전 서기장과 타인 전 회장은 고의로 베트남 경제 규제 등 법을 위반하고 페트로베트남을 통해 지열 발전소에 투자하면서 국가에 1190억 동(약 56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법정에 섰다. 탕 전 서기장은 최후 진술에서 “죽기 전에는 감옥 밖으로 나오고 싶다. 내 집에서 가족들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호소했고 이 영상은 베트남 국영 방송을 통해 전역에 방영됐다. 같은 날 페트로베트남과 관련된 각종 비리로 기소된 22명에게는 3∼9년형이 선고됐다.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는 작년부터 적폐 청산을 주장하며 부패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BBC 등 외신들은 쫑 서기장이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정적을 숙청해 권력 기반 강화를 노린다고 분석했다. 전임 응우옌떤중 전 총리는 2006년부터 10년간 행정부를 이끌며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 등 대외 개방을 통한 경제 성장 정책을 주도했지만 국영 기업의 방만 경영과 부실·비리, 부패 확산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중 전 총리는 2016년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노리는 쫑 서기장에게 맞서 서기장 직에 도전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등 여전히 정치적 파워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재판을 놓고 쫑 서기장이 중 전 총리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탕 전 서기장을 제거해 경고를 보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수감된 탕 전 서기장은 지난해 5월 해임 직전 삼성 롯데 한화 CJ 등 국내 대기업 7곳의 오너와 서울에서 만났고, 경북도를 방문하는 등 한국과도 친분이 있는 인물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베트남#적폐청산#정적#공산당#보수파#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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