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정부 ‘셧다운’…‘자유의 여신상’ 폐쇄로 여행객 불만 폭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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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국민 기뻐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자유의 여신상’ 등 주요 국립공원 폐쇄
어렵게 여행 나온 ‘서민 여행객’들의 불만 폭주


“정치인들이 국민이 기뻐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배터리파크의 선착장에서 만난 관광객 샤인 진-밥티스티 씨(여)는 분통을 터뜨렸다.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남자친구 도미니크 패트로셀리 씨와 함께 뉴욕 관광을 온 그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 섬에 발도 디디지 못하고 선착장에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전날 미 상원에서 임시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연방공무원의 40%인 80만 명이 일시 해고 상태가 됐고, 자유의 여신상과 100여 년 전 이민자를 받아들이던 엘리스 섬을 관리하는 국립공원관리청(NPS)의 업무도 중단됐다. 패트로셀리 씨는 “우리 같이 자주 여행을 하기 힘든 서민들에게 연방정부 셧 다운은 불공정한 일”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썰렁한 선착장 여기저기에 ‘연방정부의 예산 배정이 늦어져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섬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된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영문도 모르고 선착장을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은 안내판 앞에서 돌아서거나 선착장에 서서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을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부랴부랴 예매한 표를 환불했다. 뉴욕주에 따르면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을 오가는 페리 승객은 평소에 비해 70%가 감소했다. 엘리스섬은 1892년부터 1954년까지 이민자들의 입국 심사가 진행됐던 곳이다. 선착장의 연방정부 셧다운을 알리는 안내문 옆엔 “어디서나 이민자들은 미국인의 삶의 구조를 강화하고 풍요롭게 해왔다”(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말이 적힌 플래카드가 함께 걸려 있었다.

미 연방정부 셧 다운은 4년 3개월 만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한 다카(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을 대체할 보완 입법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불법 이민 단속 강화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공화당이 맞서면서 임시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관광 수입 감소를 우려한 뉴욕주는 21일 주 예산을 투입해 월요일부터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을 개장하는 비상 대책을 내놨다. 미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하루 6만5000달러의 운영 예산을 주 관광 예산에서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뉴욕주는 2013년 17일 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 때 25만 달러를 지원해 자유의 여신상을 4일 간 개장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의 경우 2016년 한 해 동안 450만 명이 방문해 2억6300만 달러를 쓰고 갔다.

연방정부 셧다운을 두고 책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를 위해 수백만 미국인과 군대를 볼모로 정부를 멈추게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바꿨다”며 ‘트럼프 셧다운’이라고 맞섰다. 미 정치권은 ‘주중 셧다운’을 막기 위한 주말 막판 타협에 실패해 상원의 임시예산안 표결이 22일 낮 12시(한국 시간 23일 오전 2시)로 미뤄졌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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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 배터리파크 선착장에서 관광객들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이 폐쇄됐다’는 안내문을 읽고 있다. 그 옆엔 “자유가 있는 곳이 나의 국가”(벤자민 플랭클린)와 “어디서나 이민자들은 미국인의 삶의 구조를 강화하고 풍요롭게 해왔다(존 F. 케네디 대통령)는 말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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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간) 자유의 여신상으로 향하는 페리가 출발하는 미국 뉴욕 맨해튼 배터리파크 선착장에서 관광객들이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섬이 폐쇄됐다’는 안내문을 읽고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안내문을 읽고 발길을 돌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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