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 트럼프 대통령, 세계화 상징 다보스포럼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0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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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으로선 빌 클린턴 이어 18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부터 나흘간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화주의자들의 산실인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미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은 18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해 “자유무역 수호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던 다보스포럼 연단에서 ‘미국 우선주의’의 가치와 정당성을 집중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우선주의, 세계화주의 심장에 서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48차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미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건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18년 만이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1월 정치, 경제, 학계 등의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의 현안들을 논의하는 연례행사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 외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의 국가 정상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 에릭 슈밋 알파벳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조 케저 지멘스 회장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다.

다보스포럼은 세계화를 지지하는 세계화주의자들의 이념적 온상이지만, 부자들의 이익과 공허한 말잔치로 치장된 ‘부자들의 놀이터’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국익과 근로자의 이익을 강조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한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참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의 세계화주의자들 모임인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고 평가했다.

● 갈림길에 선 세계화

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천명해 주목을 받았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포럼에서 취임 이후 1년 간 거둔 경제적 성과를 과시하고 미국 우선주의의 정당성을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 대변인은 다보스 포럼 참석과 관련해 “그(트럼프 대통령)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어젠다를 세계의 지도자들과 진전시킬 기회를 환영한다”며 “미국 기업과 산업, 노동자에 힘을 싣는 정책 알리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미국 우선주의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미 측의 의도와 세계화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주최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힘든 첫 해를 보냈지만 중국 등 핵심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외교적 진전을 이뤘다”며 평가했다. 우려했던 중국 등과의 충돌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등을 포용할 수 있는 ‘공평한 세계화(equitable globalization)’의 대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슈밥 회장은 “욕조 물을 버리면서 (욕조 안의) 아이를 함께 내던져선 안 된다”며 “세계화의 긍정적 효과는 유지하며 뒤쳐진 사람들을 돌보는 국가적 환경을 만들어내는 일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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