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北, 우수한 핵탄두 재진입 발사체 개발중”…군사적 옵션 가능성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3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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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북한이 꽤 우수한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현 수준을 넘어 핵무기 개발을 진전시키며 외교적 해법이 좌절될 경우 군사적 옵션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미사일을 상공에서 97% 격추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12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 “북한이 꽤 우수한(pretty good)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꽤 우수한 핵탄두 재진입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능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켈리 실장은 “행정부를 대표해 말하자면 그 나라(북한)는 (미사일로) 우리 땅에 닿을 능력을 가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가 탑재된 ICBM 기술을 확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는 “당장은 우리가 그 위협(북한의 핵 위협)을 관리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만약 현재 상황을 넘어선다면…. 일단 외교가 해결하길 기대해보자”고만 말했다.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으며 당장은 외교적 해법에 주력하고 있지만, 북한이 어느 선을 넘어서면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CNN은 ‘수수께끼같은(Cryptically)’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군사장비를 구축했다”며 “상공에서 (적의) 미사일을 97% 격추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두 발을 발사한다면 모두 떨어뜨릴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이 적 ICBM의 궤도를 사전에 예측해 요격하는 수단은 ‘지상기반 미사일 요격 시스템(GMD)’이다. 로라 그레고 미국 참여과학자연맹(UCS) 수석과학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GMD의 ICBM 명중률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단발 사격 명중률은 긍정적인 환경에서도 50% 정도”라며 “4발을 쏘면 명중률이 94%”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보유한 다른 미사일방어시스템의 경우 명중률이 97%에 근접하지만 ICBM이나 미 전역 방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헤더 노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활동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대사급 외교관계 중단을 발표한 아랍에미리트(UAE)의 북한 제재를 거론했다. 그는 ”켈리 비서실장이 말한 ‘외교’의 요체가 이것(UAE의 대북제재)“이라고 강조했다.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은 16¤19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18일 한국 주재로 열리는 한미일 3개국 외교차관 협의회에 참석한다. 노워트 대변인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전략적 조정과 지역 협력이 다뤄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한미군은 한반도 전쟁 상황을 대비해 미군 가족 등을 대피하는 ‘커레이저스 채널(courageous channel)’ 훈련을 23일부터 5일간 실시한다고 미국 기관지 성조기(Stars and stripes)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레이저스 채널 훈련은 1차 북핵 위기가 있던 1996년 처음 시작됐으며, 매년 2차례씩 주한미군의 주도로 실시되고 있다. 훈련은 신체 안전, 법률 자문, 금융 문제 해결, 반려동물 이송 등 유사시 탈출과 관련된 절차와 시스템을 점검하고 숙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군은 앞서 1월 이 훈련에서 헬기를 동원해 주한미군 가족을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까지 대피시키는 훈련을 이례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성조기 측은 이번 훈련에서 일본으로 대피하는 연습을 할 대상자가 이미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정기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과 이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대응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군사적 옵션’까지 언급했던 미국 측이 실제 위급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채드 캐럴 주한미군 대변인은 훈련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다른 훈련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우리 임무 수행태세를 향상하기 위한 것이며, 훈련의 범위와 규모에 변화를 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뉴스위크는 ”현대 한국에 주둔중인 주한미군은 약 2만8500여 명“이라고 전했다. 주한미군 가족들은 의무적으로 이 훈련에 참여해야하며, 미국 대사관 직원과 미 국방부 소속 군무원들도 이 훈련에 참가하도록 권고 받는다. 미군 가족의 대피 명령의 권하는 국무부에 있으며, 군은 이를 시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김수연 기자 su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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