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0여개 지자체 유치 경쟁
디트로이트-피츠버그 등 사활 걸어… 인맥 내세우고 스포츠팀 홍보 동원
美언론 “러스트벨트 유치 어려워… 동서부 연안 대도시로 갈 것”
국경을 넘어선 공동 유치 작전, 지역 스포츠 팀 홍보 동원, 친분을 내세운 인맥 공세까지. 모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하나인 아마존의 제2본사를 유치해 ‘팔자를 고치겠다’는 각오로 경쟁에 나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도시들의 전략이다.
지난달 발표된 아마존의 제2본사 설립 계획은 ‘제프 베저스가 내놓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황금티켓’으로 불리며 북미 지자체들을 일제히 들썩거리게 했다. 유치 경쟁 지자체는 100개 이상이다. 특히 격하게 반응한 곳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한 방’이 절실한 디트로이트 같은 러스트벨트 도시다. 유치 신청 마감일인 19일을 앞두고 이들의 최종 성적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마존은 두 나라의 국경 위에 본사를 둔 세계 최초의 주요 기업이 될 겁니다.”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부동산 기업 퀴큰론스 창업자 댄 길버트는 고향 도시의 유치단장으로 나서 이렇게 강조했다. 한물간 ‘모타운(motor town의 준말)’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국경이 인접한 캐나다 윈저시와의 공동 유치라는 묘수를 내놓은 것이다. 이미 캐나다 직원을 다수 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이 양국 인재를 자유롭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7일 열린 미시간대와 미시간주립대의 미식축구 라이벌전에선 양측의 감독들이 ‘#아마존·디트로이트’라고 적힌 헤드셋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지역경제 부활을 위해 유명 스포츠 팀까지 가세한 것이다.
한때의 ‘철강도시’ 피츠버그는 인맥이 히든카드다. 도시의 핵(核)인 카네기멜런대와 우버 같은 주요 IT 기업과 협업해본 경험이 자랑거리인 데다 아마존 주요 임원 2명이 이 지역 출신이란 점이 든든하다.
베저스의 후계자로도 불리는 제프 윌키 소비자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는 피츠버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지역 미식축구팀 ‘스틸러스’의 광팬이다. 피츠버그 인근 허시에서 태어난 최고재무책임자(CFO) 브라이언 올사브스키는 카네기멜런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고 동문들의 아마존 취직을 위해 발로 뛴 것으로 유명하다. IT 업계 매체 긱와이어는 “개인적 인연이 피츠버그를 유력 후보로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클리블랜드는 최근 아마존 대형창고 건설을 성사시킨 경험을 살려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프랭크 잭슨 시장은 “지난해 공화당전국위원회(RNC)도 약체로 평가되던 우리가 유치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러스트벨트가 승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주요 매체는 동서부 연안의 대형 도시를 유치 예상 도시로 꼽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이 최근 발표한 유치 가능성 순위에서 디트로이트는 35개 도시 중 32위였다. 디트로이트 유치단장 길버트는 이를 “수준 이하의 보고서에 담긴 쓰레기”라고 부르며 반발하기도 했다.
상처뿐인 영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카고트리뷴 논설위원 스티브 채프먼은 아마존 유치 경쟁이 유명 자유계약선수(FA)를 얻기 위한 야구팀들의 출혈 경쟁 같다며 “아마존의 환심을 사 (경제적) 약점을 덮으려는 시도는 나쁜 전략이다. 결국 패배자와 승리자 모두 유감을 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종 승리자는 내년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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