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찰 ‘투표소 봉쇄’-카탈루냐 독립파 ‘투표 강행’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당신은 카탈루냐가 공화국 형태의 독립 국가가 되기를 원하십니까?’

투표용지에 질문은 단 한 개뿐이다. 1일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 주민투표일이 밝으면서 이 한 개의 질문을 묻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려는 중앙정부와 어떻게든 묻겠다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곳곳에서 충돌했다.

1일 오전 9시 투표가 시작되면서 투표소를 사수하려는 카탈루냐 독립파와 투표소를 봉쇄하려는 스페인 경찰 사이에 대치가 이어졌다. 경찰은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투표할 예정이었던 지로나 지역 스포츠센터 투표소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카탈루냐 국가를 부르는 투표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유리문을 산산조각 냈다. 푸지데몬 수반은 다른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측은 바르셀로나에서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해 3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내무부는 경찰 9명과 공무원 2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중앙정부는 1만7000명의 경찰을 동원해 분리·독립 주민투표 저지에 나섰다. 투표소 투·개표 요원들에게 주민투표 기간 동안 업무를 한다면 30만 유로(약 4억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엄포도 놓았다.

이에 맞서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10월 1일 우리는 미래와 만날 것”이라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상당수 투표소에서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투표자들은 집에서 투표용지를 출력한 뒤 그것들을 경찰에 의해 폐쇄되지 않은 어떤 투표소에서든 넣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투표의 효력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천 명의 카탈루냐 독립파들은 지난달 29일부터 투표가 열리는 163개의 학교를 주말 내내 점거했다. 이들은 금요일 방과 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학교 강당에 침낭과 돗자리를 깔고 점거에 들어갔다. 독립파들은 투표소로 예정된 학교 강당에서 요가, 잠옷 파티, 영화 상영 등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해 점거를 이어갔다. 1일 새벽 바르셀로나 투표소 학교 앞으로 나온 울라리아 에스피날 타로 씨(65)는 “내 조국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주민투표에서 독립을 원하는 표가 더 많을 경우 48시간 내에 독립을 선언하고 스페인 정부 및 유럽연합과 협상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3년 전에도 카탈루냐 주민투표 비공식 선거가 있었고 독립 찬성률은 80%를 넘었지만 투표율이 50%가 안 돼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카탈루냐 독립 투표는 스페인을 넘어 전 유럽 국가의 시선이 쏠려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요 국가마다 분리 독립을 외치는 지역들을 갖고 있다. 2014년 주민투표에서 독립이 부결됐던 스코틀랜드는 이번 카탈루냐 독립이 성사될 경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북부지역 롬바르디아와 베네토, 남티롤 지역에 독립 여론이 높고 독일 남부 바바리아 지역,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 지역도 독립 움직임이 있다. 이들 지역은 카탈루냐와 같이 경제적으로 풍요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75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카탈루냐는 스페인 경제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카탈루냐가 독립할 경우 바스크 지역까지 독립 요구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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