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도 가뿐히 승리… 메르켈 총리 4선 연임 문턱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獨 총선 3주 앞두고 우세 유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선 연임의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TV 토론의 벽마저 가뿐히 뛰어넘었다.

독일 총선(9월 24일)을 3주 앞두고 3일 밤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63)와 사회민주당의 마르틴 슐츠 대표(61)가 맞붙은 양자 TV토론은 2000만 명이 넘는 독일인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15%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 슐츠 대표는 4개 주요 방송사가 프라임타임대에 생중계하는 이번 토론에 승부수를 던졌다.

예상대로 이날 토론은 슐츠의 공격과 메르켈의 수비로 진행됐다. 슐츠 대표는 전체 96분의 토론시간 중 52분 동안 난민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는 “난민이 아직도 매일 들어오고 있다”며 “2015년 난민 사태 초반에 유럽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는데 (메르켈 총리가) 다른 유럽 국가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공격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헌법 1조는 인권 보호이며 난민에게 물대포를 쏠 수는 없다. 400만 명의 무슬림은 독일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신은 난민 위기 등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모든 난민이 우리나라로 올 수는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모스크는 폐쇄할 것”이라며 무조건 포용에는 선을 그었다.

그동안 중도 좌파 성향의 사민당은 이민자 수용에 있어 기민당보다 더 온정적이었고, 유럽연합(EU) 확대에도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슐츠 대표는 난민에 부정적인 여론 흐름에 편승해 우파 논리를 폈다. 그는 “난민의 지위를 얻지 못한 이민자들을 더 많이 더 빨리 국외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12명의 독일인을 구금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를 향해서는 “내가 총리가 되는 순간 터키의 EU 회원 가입과 관련된 모든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르켈 총리도 “터키가 EU의 일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슐츠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에서 반(反)트럼프 정서가 가장 강한 나라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예측 불가능하고 그의 트위터를 보기가 겁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최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니다”며 “북핵 문제를 미국 내 트럼프 반대 진영과 캐나다 등과 풀 필요가 있다”고 ‘트럼프 배제론’을 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없이 북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현실론으로 맞섰다. 그는 “우리는 평화를 위해 미국이 필요하다”며 “북한과의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도록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슐츠 대표는 국내 경제와 관련해 “독일은 번영하고 있지만 일용직 노동자가 너무 많다”며 사회 불평등을 지적했고,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취임 때 500만 명에 달하던 실업자가 250만 명으로 줄어서 기쁘다”며 그동안 경제 상황이 나아졌음을 강조했다.

독일 언론들은 슐츠 대표의 집중 공략에도 불구하고 마치 파란색 정장(메르켈 총리)과 파란색 넥타이(슐츠 대표)로 색깔을 맞춰 나온 TV토론 패션처럼 두 후보 간의 정책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EU, 난민 문제에 있어 극단적인 차이를 보였던 중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마린 르펜 후보가 맞붙은 프랑스 대선과 달리 유럽의회 의장 출신인 슐츠는 EU 통합의 선봉에 선 메르켈 총리와 각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사민당은 지난 4년간 대연정으로 공동정부로 참여해 와 섣부른 비판은 자충수가 될 우려가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의 해설자인 라이날트 베커는 “토론은 듀얼(결투)보다 듀엣(이중주창)처럼 보였다”며 “그들은 너무 비슷해서 누구도 이길 수가 없는 구조였다”고 평가했다.

슐츠 대표는 이번 TV토론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막판 뒤집기를 노렸지만 정작 시청자의 55%는 메르켈 총리가 토론을 더 잘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언론들은 메르켈이 역대 토론 중 가장 잘했다고 평가했다. 토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미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번 총선에서 메르켈 승리를 점치며 무게추가 기울었던 상황. 독일은 오히려 극좌와 극우당의 3위 다툼에 더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메르켈#tv토론#총선#독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