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선 앞두고 ‘랜섬웨어 암초’

  • 동아일보

보건의료시스템 무방비로 뚫려
“복지 줄이려 예산 삭감한 정부 탓”
제1야당 등 국정조사 요구 공세

메이 총리
메이 총리

그동안 영국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다음 달 8일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지만 막판에 변수가 생겼다.

악성코드 ‘랜섬웨어’ 공격에 영국 복지의 상징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가 무방비로 뚫리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NHS는 전 세계적인 랜섬웨어 공격에서 사실상 첫 희생자가 됐다. 이로 인해 암 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하고 6주 이상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집권 보수당이 복지를 줄이기 위해 NHS의 예산을 깎아 홀대하고 제때 윈도 XP 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는 등 보안에 취약했다며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2015년에 NHS 시스템 보안을 위해 프로그램을 갱신해야 했는데 이를 정부가 하지 않은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당의 존 애슈워스 건강부 예비장관은 “NHS 인프라 투자 예산이 지난해 10억 파운드 삭감됐다”며 “이런 수준이라면 러시아와 중국의 (사이버) 위협에 무방비 상태”라고 비난했다. 코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하면 370억 파운드를 NHS에 추가로 투입해 보안 체계를 높이고 응급 시설을 늘려 대기 환자를 줄일 것”이라고 공약했다.

메이 정부는 “2015년부터 보안이 취약한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라고 계속 경고했는데 NHS가 이를 무시했다”고 책임을 NHS 측에 떠넘겼다.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은 “영국 사이버 보호에 책정된 19억 파운드 중 5000만 파운드가 NHS 안보 증가에 쓰이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잖아도 NHS의 의료복지 수준이 논란이 되면서 14일 발표된 인디펜던트지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 77%가 NHS에 불만이 크며 이는 보수당 책임이라는 응답이 51%를 차지할 정도로 현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었다. 한때 25%포인트까지 벌어졌던 보수당과 노동당의 지지율 격차는 지난 주말 각종 조사에서 14∼18%포인트 차로 줄어들었다. 지난달 선거전 돌입 이후 가장 근소한 차이다.

그러자 메이 총리는 노동당의 표 잠식을 위해 좌클릭하며 중도 표 확장을 꾀하고 나섰다. 그는 15일 “역대 어떤 보수당 정권보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가장 크게 넓히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위한 뉴딜’이란 이름으로 11개 정책을 발표했다. 가족이 아플 경우 1년 동안 휴가를 쓸 수 있고, 자영업자와 임시직을 위한 새로운 권리 보호법을 도입하고, 회사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의 참여 범위를 넓히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메이#랜섬웨어#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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