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워싱턴 쓰레기들 없어서 더 황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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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 찾아 취임 100일 행사
저소득층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 “美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100일”
행사장에 ‘마이웨이’ 음악 틀어
백악관 기자단 만찬 예고대로 불참…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 또 드러내

100일 전 취임날 밤 워싱턴의 축하 무도회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졌던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가 다시 울려 퍼졌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2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음악과 함께 등장한 곳은 워싱턴이 아닌 ‘희미한 소똥 냄새가 난다’(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스트벨트’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의 한 귀농박람회장이었다. 턱시도가 아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빨간 모자를 쓴 약 7000명의 저소득층 지지자들 앞에 서서 “워싱턴의 오물들로부터 100마일(약 161km) 떨어져서 더 황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았다면 이날 그가 서 있을 곳은 워싱턴의 힐턴호텔에서 열리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행사였다. 2월 일찌감치 기자단 만찬 불참을 통보했던 그는 이날 “CNN과 MSNBC 방송은 ‘가짜 뉴스’다. 부정직하고 무례한 사람들”이라고 주류 언론에 대한 깊은 불신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어 “할리우드 배우들과 워싱턴 언론인들은 호텔 방에서 서로를 위안하고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군중, 더 나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40% 안팎의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0일간의 기록은 매우 흥분되고, 생산적이었다”며 “주류 언론은 우리 성과를 언급하길 거부하지만 나의 취임 첫 100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유에스에이(USA)’를 외치는 지지자들 앞에서 닐 고서치 대법관 인준, 주식시장 호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 등을 취임 후 성과로 줄줄이 열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간을 (대선 기간인) 1년 전으로 돌린 듯했다. 그가 과거 해리스버그를 ‘(러스트벨트 중에서도) 녹슨 곳, 전쟁터’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곳’이 됐다고 말한다”고 비꼬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체육관 내에서 몇몇이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끄집어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면 대통령이 빠진 백악관 기자단 만찬은 썰렁했다. 1924년부터 대통령이 꾸준히 참가해 온 이 행사에 불참했던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암살범의 총격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로’ 불참하자 고위 관료들도 발길을 돌렸고, WP의 유명 기자인 밥 우드워드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정도가 행사장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코미디언 하산 민하지가 “트럼프가 오전 3시에 트위터를 하는 이유는 그 시간이 모스크바는 오전 10시로 한창 일할 때이기 때문”이라며 분위기를 띄웠지만 한계가 있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전미총기협회(NRA) 총회에 미 대통령으로선 34년 만에 참가해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와 총기 규제 완화 등 논쟁적 정책들을 강행할 것을 약속했다. 뉴욕타임스가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대규모 감세 정책을 통해 최소 6000만 달러(약 684억 원)의 절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는 등 ‘셀프 감세’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납세 내용을 숨기며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 여러 일을 겪으며 좀 유연해진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남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는 유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평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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