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살 돈 없어 알코올 함유 로션 마신 49명 사망…“끔찍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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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20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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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베리아 시의 이르쿠츠크에서 화장품인 로션을 술 대용으로 마신 49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영국 BBC는 19일(현지시각)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보드카 대신 목욕용 로션을 마신 60여 명 중 49명이 사망하고 나머지는 중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로션을 마신 이르쿠츠크 노보레니노 지역 주민들이 지난 17일부터 단체로 중독 증세를 보였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 중 혹은 후송 직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문제의 제품은 ‘보야리쉬닉(Boyaryshnik)’이라는 피부 보습용 로션으로 부동액에서 발견되는 독소인 메탄올을 함유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비싼 보드카 대신 값이 싼 알코올 함유 제품을 물에 타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언론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30~50세 사이의 빈곤층이며 안내문에 제품을 삼키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그동안 1200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창문 세척제, 부동액, 향수 제품 등을 보드카 대용으로 마셔왔다. 지난 2년간 서방 국가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러시아인들이 보드카 대용으로 값싼 알코올 함유 제품을 많이 찾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 지역에서 많은 수의 사람이 집단으로 사망한 이번 사례는 이례적이다. 이르쿠츠크 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든 알코올 함유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러시아 경찰이 해당 제품을 상점에서 압수한 상태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이 사건을 두고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각료 회의에서 신속히 해당 물질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알코올 함유 액체 제품의 판매 상황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박진범 동아닷컴 수습기자 euro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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