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트럼프 뉴욕서 첫 회담…“트럼프 당선인,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 추켜 세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1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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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을 갖고 미일동맹,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만난 첫 외국 정상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거처인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1시간 반 동안 회담을 가졌다. 그는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둘이서 여유 있고 차분하게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매우 따뜻한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또 "동맹은 신뢰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트럼프 당선인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임을 확신했다"고 추켜세웠다.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나의 기본적인 생각을 얘기했고 다양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해 미일동맹,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 문제, TPP 등에 대해 폭 넓게 거론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당선인이 아직 차기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지 않았고 비공식 회담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이어 "적당한 기회에 둘이서 다시 만나 더 넓은 범위의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가 출발 전 국회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밝혔던 것을 감안할 때 TPP의 당위성을 비중 있게 언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에 TPP를 '재앙'이라고 부르며 "당선될 경우 즉각 탈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아베 총리는 또 미일동맹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미국이 그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일본이 동맹국 중 가장 많은 주둔비(약 8조 원)를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회동은 10일 아베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과 축하전화에서 만남을 제안하고 당선인이 이를 받아들여 성사됐다. NHK는 "일본 총리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취임하기 전 만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 특유의 실용주의적 면모가 다시 한 번 발휘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9월 힐러리 클린턴 후보만 만나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트럼프가 당선되자 체면을 버리고 트럼프 당선인을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출발 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서도 '군자표변'을 거론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체면을 버리고 판단하는 것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세"라며 TPP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다만 이날 회담에서 어느 정도 구체적인 대화가 오갔는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로가 이제 관계 구축에 나선 상황인 만큼 개략적으로 서로의 의중을 타진하는 정도였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고,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타워 아래까지 배웅하러 나온 점을 거론하며 "잘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트럼프가 사전에 국무부로부터 한 차례도 브리핑을 받지 않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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