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자국 우선주의’ 충돌… 설 땅 좁아지는 한국 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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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격랑, 흔들리는 세계질서]中 위안화 절하… 8년만에 최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야에서 기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위안화 약세를 둘러싼 두 나라 간 환율 갈등과 더불어 자국 기업을 상대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벌써부터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이 17일 10거래일간 위안화 약세를 유지하며 8년 5개월 만에 위안화 가치를 최저치로 고시한 것은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아주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저금리를 유지해 소비를 늘리려는 정책을 폈지만 오히려 부동산 가격 거품만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위안화를 내다팔고 외국 통화로 바꿔 해외투자처로 빠져나가고 있다. 향후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위안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위안화 약세로 시장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중국 런민은행은 6월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직후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위안화를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도 2년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81∼6.83위안 수준으로 고정했다. 이번엔 브렉시트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위안화 환율이 치솟고 있지만 런민은행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인 내년 1월 20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법률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고집하며 선제적 ‘환율 공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장기적 추세로 굳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위안화 약세가 길어지면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수입품 관세 부과를 비롯한 다른 무역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주요 2개국(G2) 간 갈등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데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많다. 일본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15% 관세를 매길 때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진다. 이때 한국의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대미 흑자 폭이 큰 한국도 환율조작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6.7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175.9원에 마감했다. 브렉시트 결정 여파가 컸던 6월 27일(1182.3원) 이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중 간 힘겨루기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가시화됐다. 미국의 초당적 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16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 국유기업이 미국 기업을 사들이는 것은 미국의 안보 이익에 해로울 수 있다며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산업스파이와 미국 기관에 대한 중국의 침투로 국가안보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도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런민일보에 따르면 진리췬(金立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재는 15일 “미국이 AIIB에 가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은근히 러브콜을 던졌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인 17일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AIIB 총재의 발언에 찬물을 끼얹었다.

조은아 achim@donga.com·정임수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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