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만류 뿌리친 FBI국장… 오바마에도 보고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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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알려지면 더 큰 논란”… ‘대선 때 정치개입 자제’ 불문율 깨
일각 “공화당원 출신… 결정에 영향”

 미국 대통령 선거 막바지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개인 e메일 추가 수사라는 메가톤급 변수를 터뜨린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56·사진)의 선택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임명한 코미 국장이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느냐는 것이다.

 코미 국장의 선택은 FBI 전통과도 배치된다. 뉴욕타임스는 “FBI는 ‘대선 등을 앞두고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내부 불문율이 있는데 코미 국장이 이를 깨는 선택을 했다”라고 보도했다. 1935년 창설된 FBI의 창설자 격인 존 에드거 후버 전 국장이 각종 비밀 정보를 토대로 막후에서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던 ‘어두운 과거’를 재연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형성된 불문율을 코미 국장이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미 국장은 지금이라도 클린턴의 개인 e메일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으면 FBI가 심각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코미 국장이 결정 전 참모들에게 ‘선거 후 클린턴의 개인 e메일 문제가 알려지면 FBI가 이 사안을 공정하게 수사했는지를 놓고 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코미 국장은 자신의 직속상관인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의 만류에도 추가 수사를 단독으로 결정했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오바마 대통령도 FBI의 결정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워싱턴 일각에선 코미 국장이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공화당원이란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코미 국장은 1990년대 중반 화이트워터 사건(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인 힐러리의 친구인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세운 화이트워터 부동산개발회사의 토지 개발 사기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연방 상원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전력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사건을 비교적 공정하게 수사해 왔다고 코미를 평가했고 탕평책 차원에서 공화당원인 그를 지난해 7월 FBI 수장(首長)으로 임명했다. 오바마의 선택이 민주당에는 부메랑이 된 셈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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