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슨 교수, 음담패설의 영향력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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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2차 TV토론]“유권자 性문제 이목집중 딱딱한 숫자엔 관심 없어”
“클린턴의 월가 옹호 강연 이슈 안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의 음담패설 비디오 폭로와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의 ‘월가 고액 강연 비공개 녹취록’ 해킹 사건이 거의 동시에 터졌지만 사람들이 음담패설 비디오만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찰스 립슨 시카고대 교수(정치학·사진)는 9일 선거 전문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올린 글에서 “음담패설 비디오가 월가 강연 녹취록보다 선거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월가 금융 규제 문제보다 성(性) 문제가 더 쉽고 관심을 끌며 활자(강연록)보다는 음담패설 비디오처럼 음성이나 화면으로 폭로됐을 때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립슨 교수는 “4년 전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의 ‘47% 발언’도 동영상으로 폭로됐기 때문에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당시 롬니가 비공개 강연에서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는 47%의 유권자는 정부의 재정 지원 혜택만 받고 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폄훼 발언 비디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결집 효과를 낳았다.

 앞서 트럼프가 과거 1조 원의 손실을 낸 이후 연방소득세를 면제받아 탈세와 절세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했지만 사람들이 여기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도 딱딱한 수치는 성 문제만큼 쉽게 회자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현상이 두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층이나 무당파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수 있으나 ‘소극적 지지층’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소극적인 지지자는 음담패설 비디오에 염증을 느껴 투표를 포기할 수 있고 클린턴의 소극적인 지지자는 ‘트럼프 낙선’을 위해 적극 투표층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립슨 교수는 “미국 대선은 주별로 승자 독식 시스템이기 때문에 표심의 이런 작은 변화가 엄청난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클린턴의 승리는 물론이고 상하원 모두 소수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선거 결과 예측 기관은 민주당의 상원의원 선거 승리 가능성을 58%에서 음담패설 비디오 파문 직후 69%로 11%포인트 올렸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트럼프#음담패설#립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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