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허리케인 강타, 오바마 재선에 한몫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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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한달 앞으로]막판 판세 뒤흔드는 한방 ‘옥토버 서프라이즈’ 주목
재해 대처능력 부각시키는 효과… 2004년 부시는 빈라덴 뉴스 덕봐

 1968년 10월 중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 캠프엔 비상이 걸렸다. 린든 존슨 대통령이 북베트남 폭격을 멈추고 평화협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린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10%가량 뒤지고 있던 민주당 후보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에겐 대형 호재였다. 민주당은 전쟁을 끝낼 것을 요구하는 진보 진영을 등에 업고 있었다.

 닉슨은 비선을 동원해 남베트남 정부와 접촉하고 협상에 서두르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를 알아챈 존슨은 닉슨이 ‘반역 행위’를 하고 있다고 분노하면서 대선 5일 전인 10월 31일 북베트남 폭격 중단 선언을 강행했다. 효과는 뚜렷했다. 험프리는 결국 패했지만 11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닉슨을 42% 대 43%로 바짝 추격하며 선전했다. 고인이 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는 험프리의 추격을 우려하던 닉슨 캠프가 존슨의 ‘평화 공세’를 두고 처음 사용한 표현이 바로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였다고 회고했다.

 간신히 대통령이 된 닉슨은 4년 뒤인 1972년 10월엔 자신이 평화협상 카드를 썼다. 선거를 2주 앞두고 닉슨의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인 헨리 키신저는 “평화가 가까웠다”며 베트남전쟁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닉슨에게 뒤지고 있던 민주당 후보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은 추격 동력을 잃었고 닉슨은 49개 주를 휩쓰는 대승을 거뒀다.

 이처럼 과거 미국 대선(11월 첫째 화요일)을 앞둔 한 달(D-30)은 박진감 넘치는 일화들로 가득하다. 2014년 타임지는 “10월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불린다”며 표현 남용을 꼬집을 정도다. 하지만 대선 결과에 영향력을 미친 10월 깜짝 뉴스는 지금도 존재한다.

 2004년 알자지라 방송은 오사마 빈라덴 동영상 공개로 안보 이슈를 돋보이게 해 조지 W 부시의 재선을 도운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는 재선에 도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해 대처 능력을 집중 부각시켰다.

 1980년 대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옥토버 서프라이즈’ 카드를 끝내 꺼내지 못한 채 연임에 실패했다. 당시 이란엔 1979년 혁명으로 인질이 된 52명의 미국인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는 카터가 선거 직전 인질 석방이라는 ‘깜짝쇼’를 벌일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선거 기간 중 석방은 없었고, 레이건은 대통령에 무난히 당선됐다. 공교롭게도 인질 석방은 다음 해 1월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당일 이뤄졌다. 레이건이 비밀리에 정부 협상을 방해해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막았다는 음모론은 아직도 입에 오르내린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미국대선#옥토버서프라이즈#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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