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美-中 어느편에 설지 선택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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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남중국해 작전에 동참 압력… 호주 ‘안보는 美-경제는 中’ 줄타기
캐나다, 中에 ‘AIIB 가입’ 선물하자 美, 기구의 투명성 강조하며 견제구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캐나다가 영국 호주 한국에 이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결정하자 미국이 즉각 AIIB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등 신경전이 벌어졌다. 캐나다가 이달 말까지 가입을 신청하면 미국의 최우방국 중 AIIB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사실상 일본만 남게 된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와 빌 머노 캐나다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베이징 AIIB 본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캐나다의 AIIB 가입을 공식화했다. 캐나다 재무부 당국자는 “9월말까지 신청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즉각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양국 간 접촉이 있었다”며 캐나다가 사전에 미국에 통보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캐나다가 투명성과 공정한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견해를 같이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AIIB 가입을 발표하는 회견이 끝난 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시 주석은 가입을 환영하며 양국 간 고위급 방문을 늘리자고 화답했다.

트뤼도 총리가 AIIB 가입이라는 큰 선물을 중국에 안겨주면서 양국 간 쟁점들도 손쉽게 해결됐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나 중국이 1일부터 시행을 예고했던 캐나다산 카놀라에 대한 강화된 검역 규정의 시행을 연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또 리 총리는 2014년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다 공안에 체포된 후 1월 간첩죄 및 국가기밀 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캐나다 국적의 케빈 개럿 선교사에 대해 “인간적인 처우와 법에 따른 처리”를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우방인 호주에 대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미국 쪽에서 터져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육군 참모본부의 톰 존슨 대령은 최근 호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주가 미국과의 군사동맹과 중국과의 경제관계의 경계선을 걷는 것은 힘들다”며 “호주에 어느 쪽이 더 핵심적인 국가 이익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 주도의 AIIB에 창립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지난해 12월 발효시키는 등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는 올해 남중국해 상공에서 초계 활동을 벌여 중국의 항의를 받았지만 미국이 지난해부터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호주#미국#중국#외교#남중국해#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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