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문고리 권력’… 트럼프, 큰딸 이방카 손 들어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선거대책본부장 전격 경질

피는 ‘문고리 권력’보다 진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가 20일 ‘리틀 트럼프’로 불리던 자신의 최측근 코리 루언다우스키 선거대책본부장(41)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의 맏딸인 이방카(35)가 그의 해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루언다우스키의 ‘깜짝 경질’은 이날 오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일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기 전략회의에서 결정됐다. 이방카는 여기자 폭행 사건으로 기소를 당할 만큼 좌충우돌하는 루언다우스키의 일방통행식 캠프 운영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특히 루언다우스키가 최근 자신의 남편인 재러드 쿠시너(35)를 음해하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린다는 말을 듣고 결정적으로 사이가 틀어졌다.

이방카는 회의에서 향후 캠프 운영전략과 관련해 루언다우스키에게 융단폭격식 질문을 퍼부었다. 트럼프가 멕시코계 연방판사에게 막말을 해 파문을 일으킨 데다 올랜도 테러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슬람 테러 세력과의 연루 의혹까지 제기해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한 책임 추궁이었다. 이방카는 물론이고 남동생인 에릭까지 가세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루언다우스키에게 “다음 계획이 뭐냐”고 물었고, 그는 부통령 후보 카드를 미리 꺼내자는 이야기 외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뉴욕매거진은 “트럼프가 루언다우스키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방카는 회의 하루 전인 19일 아버지와 따로 만나 ‘루언다우스키를 내치지 않으면 내가 캠프에서 나가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고 한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트럼프는 호프 힉스 대변인을 통해 루언다우스키의 경질을 발표했다. 루언다우스키는 경질 직후 CNN 인터뷰에서 “내가 왜 해고됐는지 잘 모르겠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워했다. 그는 이방카 등 트럼프 자녀와의 갈등설에 대해 “나는 그들과 잘 지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경질 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부 권력투쟁(office politics)은 어디에나 있다. (오래 사업을 해 온) 나는 그것에 익숙하다”고 말해 자녀들과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음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편 트럼프 캠프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는 마이클 카푸토는 루언다우스키의 경질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딩동, 마녀가 죽었다”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의를 표명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미국#대선#딸#선거대책본부장#경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