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기업-中企 양극화 심화… 엔 약세로 수출중심 대기업 혜택
중기는 원재료 수입 부담만 커져 경상이익 격차 사상최대 수준
일본 도쿄(東京)의 대표적인 동네공장(町工場·마치코바) 밀집 지역인 오타(大田) 구.
올 초 부친에 이어 75년 동안 운영하던 공장 문을 닫은 70대 여성은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이 일대는 다들 아베노믹스의 혜택 같은 거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1983년만 해도 9200곳에 달하던 일대 중소기업이 2014년엔 3500곳도 채 안 남았다. 지금도 ‘이틀에 하나꼴’로 공장 문을 닫는 실정이다.
2012년 말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아베노믹스’ 정책을 펴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서민층 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마이너스금리까지 도입하면서 돈을 풀고 있지만 수출 위주의 대기업과 자산을 가진 부유층만 혜택을 받을 뿐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겐 정책의 온기가 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민간 싱크탱크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은 대기업(자본금 10억 엔 이상) 5000여 곳과 중소기업(자본금 1000만∼1억 엔) 100만여 곳의 경상이익을 비교한 결과 격차가 19조 엔(약 207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2년 10조 엔(약 109조 원)이던 격차는 그해 말 아베 내각 출범과 함께 벌어지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자료가 남아 비교 가능한 1960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엔화 약세로 수출 중심 대기업은 수익이 올랐지만 중소기업에는 오히려 원재료 수입 비용 증가가 무거운 짐이 됐다”고 분석했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내리고 투자에 세금 감면을 해준 것도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혜택이 됐다. 최근에는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대기업 수익이 중소기업으로 파급될 여지가 더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 중소기업은 기업 수로는 99.7%, 근로자 수로는 7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수익을 내고 임금을 올리지 않으면 아베노믹스의 최종 목표인 ‘디플레이션 탈출’ 달성이 요원하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앞다퉈 돈을 풀어 주가와 부동산 값이 올랐지만 이 역시 자산을 가진 이들만 덕을 봤다는 비판을 받는다. 도쿄신문은 이날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수입이 늘어난 것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85.1%가 ‘거의 못 한다’ 또는 ‘못 한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수입이 늘어난 것을 실감한다’는 답변은 12.6%에 불과했다.
대기업 임직원 중심으로 급여가 다소 올랐지만 이것도 평균 급여를 보면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상승률이 5년 연속 마이너스다. 이 때문에 서민들 사이에서는 ‘돈을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와세다대 박상준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대기업이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대기업 수익의 중소기업 이전이 제한된 측면도 있다”며 “최근 엔저가 엔고로 돌아서면서 기업과 개인이 심리적 불안을 느끼고 소비와 투자를 자제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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