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의 매직 넘버 달성에도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은 경선을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선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의 1인자로서 샌더스를 설득해 클린턴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0)와 제대로 된 한판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방송된 NBC 토크쇼 ‘더 투나이트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해 “클린턴과 샌더스가 벌인 경쟁은 ‘건강한 현상’이었다”며 “샌더스가 정치권에 불어넣은 엄청난 열정과 새로운 생각은 클린턴을 더 좋은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에 대해선 “매우 영리하고 강인하다”며 “수주 내로 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샌더스의 ‘정치혁명’ 기치를 평가하면서도 이젠 클린턴을 밀어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뉴욕에서 열린 민주당 후원행사에서도 “샌더스를 지지한 젊은층을 붙잡아 투표장에 나오도록 당이 총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 백악관에서 샌더스와 단독으로 만나 패배를 인정하고 클린턴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패장(敗將)’인 샌더스가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도록 정치적 예우를 갖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샌더스에게 ‘이제 할 만큼 했다’며 승복을 강요할 경우 클린턴에게 반감을 가진 샌더스 열성 지지층들이 이탈하거나 심지어 트럼프로 기울게 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혁명을 꿈꾸는 샌더스의 정책을 클린턴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차기를 도모할 필요가 없는 고령의 샌더스로서는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할 것으로 보여 벼랑끝 전술을 편다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경선 과정에서 샌더스의 압박으로 좌클릭한 클린턴이 샌더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샌더스와의 회동을 앞두고 클린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민주당 마지막 경선 전까지는 클린턴과 공동 유세에 나서는 일도 삼가기로 했다. 젠 사키 백악관 공보국장은 NYT 인터뷰에서 “샌더스가 경선 기간 구축한 풀뿌리 지지층과 변화에 대한 열정은 11월 본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샌더스가 경선 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정치혁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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