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정치권 “국익 먼저” 左右 뛰어넘어 ‘여야 협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일자리 지키려면 EU 잔류해야”
英 보수당 총리-노동당 런던시장 ‘브렉시트 반대’ 공동캠페인 나서
“실업 해법은 노동개혁밖에 없어”
佛상원 다수당 공화 의원들 좌파 올랑드의 노동법 개정 지지

“총리와 저는 수많은 정책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정말 중요한 이슈가 닥쳤을 때는 영국 정부와 런던 시가 밀접하게 함께 일할 것입니다.”

5월 30일 영국 런던 로햄프턴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잔류 캠페인’ 홍보버스 발대식에 노동당 출신인 사디크 칸 신임 런던 시장이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함께 손잡고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군중은 보수당 총리와 노동당 런던 시장의 ‘깜짝 등장’에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캐머런 총리는 칸 시장에 대해 “자랑스러운 무슬림이자 영국인이며 런던 시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이 자리를 칸 시장과 함께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보수당인 캐머런 총리와 노동당 소속 칸 시장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나온 캐머런 총리는 부모로부터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은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다. 가난한 무슬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칸 시장은 공공주택에 살면서 신문배달과 공사현장을 전전하다 인권변호사로 유명해진 ‘흙수저’다.

이념도 다르고 성장 배경도 다른 두 사람이 한자리에 나란히 선 이유는 영국의 운명, 나아가 유럽연합(EU)의 미래를 좌우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23일 선거를 앞두고 찬반 여론은 팽팽하게 갈려 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찬성이 반대를 앞서기도 하고,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보수당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관련해 생각을 같이한다면 이념적 색깔이나 배경을 따지지 않고 손잡아야 할 지경이다.

캐머런 총리는 한 달 전 런던 시장 선거 당시 노동당 칸 후보에 대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연계된 후보라고 공격했지만 이제는 칸 시장의 당선을 ‘영국의 개방성’이 거둔 성과로 평가한다. 칸 시장은 “런던의 일자리 50만 개가 영국의 EU 회원국 유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내가 캐머런 총리와 초당적 캠페인에 참여한 것은 노동당의 정책을 명백하게 밝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이 서로 손잡는 ‘협치(協治)’ 모델은 프랑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노동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집권 사회당 정부의 생각이다. 그래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노동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우파 공화당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공화당도 노동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법이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요즘 프랑스는 13일 상원의 노동법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연일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정유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철도·항만·항공 파업으로 사회가 마비될 지경이다. 이에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사회당 정부의 노동법개정안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인 제라르 라르셰 상원 의장은 1일부터 필리프 마르티네즈 프랑스 전국노동총연맹(CGT) 위원장을 비롯해 6개 노동단체 대표와 기업인들을 매일 만나 노동법개정안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 브뤼노 르틀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프랑스를 대량실업 사태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노동개혁밖에 답이 없다”며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말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프랑스#정치#좌파#우파#국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