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 단계적 중단… ‘고아 수출국’ 오명 벗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7일 01시 40분


복지부 “2029년엔 0명 될 수 있게”
불가피한 입양은 정부가 직접 협의

내년부터 해외 입양이 단계적으로 중단된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전쟁 고아 대책의 하나로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73년 만이다. 정부는 2029년까지 해외 입양을 완전 중단할 계획이다.

26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을 발표했다. 정부는 아동을 해외로 보내는 대신 국내 입양 등 국내 보호체계를 우선 적용하고, 장애 아동 등 불가피하게 해외 입양이 필요한 아동이 있을 때는 아동복지기관이 아닌 정부가 직접 해외 당국, 해외 관련 기관 등과 협의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은 1980년대 연간 최대 8000명이 넘는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으며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점에서 2, 3년 안에 해외 입양은 중단하려고 한다”며 “국내에서 모든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을 병행하며 늦어도 2029년에는 해외 입양이 0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품을 잃은 아이들, 이젠 국가가 품는다… “국내 입양 우선”
해외입양 73년만에 단계적 중단
민간 대신 아동권리원이 입양 전담
국내입양 건수도 계속 줄어들어
“시설 보호보다 가정 보호 늘려야”
저를 찾아주세요 정부가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73년 만에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해외 입양을 중단하겠다고 26일 밝혔다. 경기 파주시 ‘엄마품동산’에 전시된 해외 입양 아동의 얼굴사진. 195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약 17만 명에 달한다. 동아일보DB
저를 찾아주세요 정부가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73년 만에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해외 입양을 중단하겠다고 26일 밝혔다. 경기 파주시 ‘엄마품동산’에 전시된 해외 입양 아동의 얼굴사진. 195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약 17만 명에 달한다. 동아일보DB
1953년 시작된 한국의 해외 입양은 1955년 미국인 해리 홀트가 어린이 8명을 미국 가정에 보내면서 본격화됐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16만8608명이었다. 1980년대에만 6만5329명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고 한국은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 해외 입양 대신 국내에서 아동 보호

1950, 60년대 전쟁 고아와 혼혈 아동을 중심으로 보내던 해외 입양은 198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미혼모 아동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입양을 주선하는 단체는 고아 수출로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아동은 부모가 있어도 고아로 위장돼 해외로 입양됐으며, 입양 기관의 관리를 받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돼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정부는 해외 입양 중단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올해 7월부터 도입된 공적입양체계를 꼽았다. 기존에는 민간 입양기관이 아동 입양 절차를 전담했으나, 올해 7월부터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 절차 전반을 책임지면서 해외 입양을 점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해외 입양 아동 수는 2020년 232명에서 올해 1∼11월 24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해외 입양된 아동은 모두 공적입양체계가 도입되기 이전에 해외 입양이 결정됐다.

앞으로 장애 아동 등 불가피하게 해외 입양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개입해 국내 입양 등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입양을 확대해야 하는 취지는 맞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입양이 감소하는 상황이라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체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입양은 2010년 1462건, 2020년 260건, 지난해 154건으로 감소세다. 최현선 세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아동이 입양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시설형 보호보다는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탁 부모에게 법정대리권… 국내 보호체계 강화

해외 입양 금지와 함께 국내 보호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던 가정위탁 제도는 국가 관리로 전환된다. 가정위탁은 친부모의 사망이나 질병, 아동 학대 등의 이유로 보호자가 양육에 적합하지 않을 때 다른 가정이 아동을 위탁·보호하는 제도다. 지자체 간 예산 편차로 지원에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국가가 모든 위탁 가정에 재정을 지원하게 되면서 격차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위탁 부모에게 학교 전입학, 은행 계좌 개설, 사회보장급여 신청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부분에서 법정대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현재는 위탁 부모에게 친권이 없어 위탁 아동이 병원 수술을 받을 때 보호자로 결정할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위탁 부모에게 아동이 맡겨지는 순간부터 법정대리권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통해 친권이 제한되는 경우 친권과 위탁 부모의 법정대리권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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