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맞대응하는 中 “美, 베트남을 필리핀으로 만들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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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도착한 23일 ‘미국은 베트남을 필리핀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과 베트남 간 대중 견제 전선 구축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출발한 21일 태국과 연합 해군 훈련을 시작해 미국의 중국 포위에 대한 맞대응에 나섰다.

환추시보는 “지난해가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이자 미국과 베트남 수교 20년인데 올해 들어서야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미국이 베트남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가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방문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이어 베트남은 미국이 무기 금수 조치를 완전히 해제해 주기를 바라지만 분명 뜻대로 안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의 인권 문제를 거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양측의 이견을 부각시켰다. 신문은 또 미국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통해 베트남의 체제가 점차로 변하기를 바라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베트남은 이 점을 지극히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베트남은 미국의 힘을 빌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억제하기를 바라고 있고 미국은 필리핀 싱가포르처럼 베트남의 군사기지도 활용하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필리핀과 달리 좌고우면하고 이것저것 재는 것이 많아서 필리핀 같은 ‘동맹 같은 친구(盟友)’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베트남에게 중국은 남중국해 영토 갈등에서는 적수지만, 베트남의 개혁개방은 중국을 따라서 하고 있는 데다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 정치제제를 가진 국가로서 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베트남의 가장 큰 지지자라고 강조했다. 양국 모두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데 따른 관계도 특수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남중국해 영토 갈등이 긴장 국면이 되면 미국에 의존하다가도, 남중국해 문제가 평온해지고 국내적인 체제 변화 등의 정치 압력이 높아지면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중요한 취급을 받는 베트남은 자국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신중한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과 태국은 21일 ‘블루 스트라이크(BlueStrike) 2016’ 연합훈련을 시작했다. 6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은 양국 해군과 해병대 약 1000여 명이 참석하며 태국 중부 촌부리 등의 육상과 해상에서 펼쳐진다. 2014년 쿠테타로 집권한 태국 군사 정부는 중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2일 “이번과 같은 훈련은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라고 전했다.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중국 남해함대는 21일 서태평양 해상에서 실탄 발사훈련을 실시했다고 중국군 공식사이트인 중국군망(中國軍網) 등이 23일 보도했다. 구축함 허페이(合肥)호가 130㎜ 주포를 해상의 가상목표물을 향해 발사하고 프리깃함 싼야(三亞)호가 목표물을 조준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태국과 일본 방문을 즈음해 진행되는 이같은 중국의 군사 훈련은 미국의 아시아 포위 전략에 맞대응하는 기싸움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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